8년 임기 반환점 돈 시점 중간평가…ECB "조사에 결함 있어" 반박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최근 유럽중앙은행(ECB) 노동조합이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직원 과반이 8년 임기 중 절반을 보낸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의 업무 수행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ECB 직원들을 대표하는 노동조합 국제·유럽 공공서비스기구(IPSO)는 라가르드 총재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의 설문조사에서 그가 현 상황에서 ECB 총재로 적임자가 아니라는 응답자가 53.5%를 기록했다고 밝혔다고 블룸버그·로이터통신이 22일(현지시간) 전했다. 적임자라는 응답은 22.8%였고 무응답이 23.8%였다.
라가르드 총재의 임기에 대해 '형편없다' 혹은 '매우 형편없다'고 답한 응답자도 절반을 살짝 넘겼고, 64% 가까이는 라가르드 총재가 ECB의 평판을 개선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60% 가까이는 라가르드 총재 및 ECB 집행위원회에 대한 신뢰가 없거나 낮다고 밝혔다.
지난달 실시한 이 설문조사에는 ECB 직원과 수습사원 5천여명 가운데 1천159명이 참여했다는 게 노조 설명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를 지낸 라가르드 총재는 중앙은행 근무 경험이 없었던 만큼, 2019년 지명 당시 시장과 정치권 일각에서 의문을 제기한 바 있다.
노조는 전임 ECB 총재인 마리오 드라기, 장클로드 트리셰 때와 비교해도 부정적 평가가 두드러진다고 평가했다.
이들에 대한 임기 말 설문조사 결과에서는 70% 이상이 ECB 평판을 개선했다고 답했다는 것이다. 또 당시 드라기, 트리셰 전 총재에 대한 부정 평가는 각각 9% 미만, 14.5% 정도였다.
응답자 가운데는 "라가르드 총재가 통화정책과 무관한 사안에 너무 많은 시간을 쓰고 정치적 영역에 너무 자주 개입한다"는 비판 견해도 다수였다.
또 라가르드 총재의 리더십 스타일이 독재적이라고 지적하거나 "다음 행보에 대비하기 위해 사익을 더 추구한다"고 보는 견해도 있었다.
ECB 측은 해당 조사에 결함이 있다고 반박했다.
한명이 여러 번 설문에 참여했을 가능성이 있고, 일부 설문 문항은 총재의 책임을 벗어난 내용이거나 노조의 소관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라가르드 총재와 집행이사회는 임무에 완전히 집중하고 있으며,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전쟁 등 최근 몇 년간 전례 없는 사건들에 대응해 정책을 집행해왔다"고 밝혔다.
이어 ECB가 지난해 실시한 설문 참여율 60%의 별도 설문조사에서는 80%가 ECB 근무를 자랑스러워한다고 답했다고 말했다.
노조 측은 설문 중복 참여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전체적인 결과는 신뢰할만하다고 맞섰다.
한편 유로존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속에 ECB 직원들의 급여가 충분히 오르지 않은 것도 지도부와 직원들 사이의 관계를 시험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ECB 직원들의 임금은 지난해 4%가량 올랐고 올해 4.7% 인상 예정인데 이는 인플레이션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다.
또 400건 가까운 익명 견해 가운데 임금 인상, 다양성 정책 등 내부 문제에 관한 것이 대다수였다.
bsch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