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원장,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평등권 박탈한다' 주장한 서한에 서명"
서머스 "하버드, 유대인 지키려는 의지 없어"…애크먼 "어둠의 길"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반(反)유대주의와 관련한 논란으로 총장이 퇴진하는 홍역을 치른 미국 명문 하버드대가 이번에는 새로 출범하는 태스크포스(TF)를 둘러싸고 잡음을 빚고 있다.
22일(현지시간) 미 온라인매체 악시오스와 학생신문 하버드 크림슨에 따르면 하버드는 반유대주의에 맞설 TF와 이슬람혐오와 맞설 TF를 각각 구성하기로 했는데, 이 가운데 반유대주의를 다룰 TF의 공동위원장과 관련해 비판에 부닥친 상태다.
앨런 가버 하버드 총장 대행은 지난 19일 대학 구성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2개 총장 직속 TF를 새로 구성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과 가자지구 전쟁이 시작된 이후 캠퍼스를 뒤흔든 반유대주의와 이슬람혐오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
이달 초에는 하버드 역사상 첫 흑인 총장이었던 클로딘 게이 총장이 의회 청문회에서 반유대주의와 관련해 미온적으로 답변했다는 이유로 논란을 일으켰다가 논문 표절 의혹까지 겹치면서 결국 사퇴했다.
그의 자리를 임시로 맡고 있는 가버 총장 대행은 이메일에서 "학내 반유대주의적이고 이슬람혐오적 행위에 대한 보고가 늘고 있으며 소속감이 약화하고 있다"며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방지를 위해 뭘 해야 할지 알아내야 한다"고 썼다.
반유대주의에 관한 TF 위원장에는 데릭 펜슬라 역사학 교수와 라파엘라 사둔 경영학 교수가 지명됐다.
이 가운데 유대인 역사를 연구해온 펜슬라 교수가 위원장으로 적합하지 않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펜슬라 교수가 하마스 기습 전인 지난해 8월 교수와 성직자 등 2천900명과 함께 이름을 올린 공개서한이 비판의 이유다.
당시 이 서한은 이스라엘 정부의 사법개편안 추진을 팔레스타인 점령을 연계해 비판했다. 서한에는 "사법개편의 궁극적 목적은 가자지구에 대한 제한을 강화하고 팔레스타인인의 평등할 권리를 박탈하며 이스라엘의 통치하에 모든 영토를 민족적으로 정화하려는 것"이라는 주장이 담겼다.
펜슬라 교수는 지난해 12월에는 하버드 크림슨 기고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비판이 반유대주의와 뒤섞여 하버드 공동체 내 분열을 키우고 있다"며 "무엇이 반유대주의고 무엇이 반유대주의가 아닌지 더 나은 이해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래리 서머스 전 하버드 총장이나 게이 총장의 퇴진에 주도적 역할을 한 헤지펀드 거물 빌 애크먼은 펜슬라 교수 기용을 비판하고 나섰다.
서머스 전 총장은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하버드를 유대인과 이스라엘이 잘 지낼 수 있는 장소로 유지하려는 하버드 및 지도부의 결의와 능력에 신뢰를 잃었다"고 말했다.
애크먼도 엑스에 "하버드가 계속 어둠의 길을 가고 있다"고 썼다.
이와 관련해 하버드 대변인은 악시오스에 "펜슬라 교수는 현대 유대인·이스라엘 역사의 선도적인 권위를 인정받는 저명한 학자"라며 "그는 하버드 공동체에서 널리 존경받으며, 반유대주의 퇴치와 유대계 학생들의 학내 생활 개선에 깊이 헌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펜슬라 교수는 성명에서 이번 TF가 "하버드의 유대계 학생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반유대주의와 보다 미묘한 사회적 차단의 본질과 범위를 결정할 중요한 기회"라고 말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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