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발칸반도 세르비아에서 산부인과 의사의 폭력적인 행위로 신생아가 출생 직후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해 파장이 커지고 있다.
23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산모 마리차 미하일로비치는 이날 현지 언론에 "아기의 부검 결과 폭력적인 출산 과정으로 인한 사망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은 미하일로비치가 출산 예정일을 일주일 넘긴 지난 11일 세르비아 서북부 스렘스카미트로비차의 한 종합병원에 입원하면서 시작됐다.
그는 "아기를 살리기 위해 제왕절개 수술을 해달라고 의사에게 애원했지만 그는 나를 때리고 모욕적인 말을 하며 위협했다"고 주장했다.
자연분만을 고집한 의사는 산모의 배 위에 올라타 아기를 밀어서 빼내려고 했지만 그만 아기가 산도에 끼어버렸다고 현지 일간지 레퓨블리카는 전했다.
산모 미하일로비치는 갈비뼈가 부러졌고 아기는 질식과 태변 흡입 등으로 생후 4시간 38분 만에 사망했다.
세르비아 경찰은 신생아를 죽음에 이르게 한 이 의사를 체포해 구금 중이다.
이 사건 이후 세르비아 소셜미디어(SNS)에는 산부인과에서 수술 중 의료진으로부터 폭행당했다는 유사한 증언이 쏟아졌다.
세르비아 인권 단체들은 이 지역 여성들이 수십 년 동안 폭력적인 의료 처우를 받아왔으며 이러한 문제에 대한 논의가 금기시돼 왔다고 주장했다.
가부장적인 문화가 여전한 세르비아에서는 취약한 법체계와 맞물려 여성에 대한 다양한 유형의 폭력이 방치되고 있다고 AFP는 전했다.
이 같은 비극이 재발하지 않도록 출산 시 배우자가 분만실에 들어갈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세르비아 인권 단체인 크레니-프로메니는 법 개정 청원서에 지금까지 19만명 이상이 서명했다고 밝혔다.
이 단체의 대표인 마리나 파블리치는 "이것은 미래의 모든 산모가 더 안전하고 더 나은 환경에서 아기를 낳을 수 있도록 보호해달라는 요청"이라고 설명했다.
2015년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세르비아 여성의 10%는 첫아기를 낳을 때 병원에서 트라우마를 경험해 아기를 더 낳고 싶지 않다고 했고 60%는 출산 시 보호받는다고 느끼지 못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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