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해 긴장에 '중동 에너지 亞로 운반' 하루 운임 182% 급등

입력 2024-01-24 11:51   수정 2024-01-24 16:27

홍해 긴장에 '중동 에너지 亞로 운반' 하루 운임 182% 급등
"우회시 운송 일수 늘어나…유럽행은 최대 45일 지연 가능성"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주요 해상무역로인 홍해를 둘러싼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중동산 에너지를 아시아로 운반하는 데 하루 동안 드는 운임이 182%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이하 현지시간) 발틱해운거래소에 따르면 중동산 에너지를 일본으로 수송하는 데 드는 하루 운임은 미국·영국이 후티(친이란 예멘 반군)를 공격한 지난 12일 2만9천400 달러에서 23일 8만3천 달러로 올라갔다.
이들 유조선은 주로 휘발유·플라스틱 원료인 나프타를 운반하는데, 11일 만에 하루 운임이 3배 가까이로 뛴 것이다.
중동에서 네덜란드로 에너지를 운송하는 데 드는 하루 운임은 12일 4만4천800 달러에서 23일 7만2천800달러로 오른 상태다.
후티는 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 정파)를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지난해 11월부터 홍해를 지나는 선박들을 공격하고 있다.
이에 미국과 영국이 지난 12∼13일 예멘의 후티 근거지에 대대적인 공습을 가하자 후티는 전방위 보복을 경고하고 공격을 강화하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선박들은 공격 위험과 운임·보험료 상승 등을 감안해 홍해와 수에즈 운하 대신 아프리카 희망봉 항로로 우회하고 있으며, 운항 일자가 늘어나면서 가용할 수 있는 선박 숫자도 줄어들고 있다.
원자재 물류 정보업체 케이플러(Kpler)에 따르면 현재 최소한 6개 원유 유조선이 희망봉 항로로 우회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운송이 최대 45일가량 늦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케이플러의 원유 애널리스트 빅토르 카토나는 "도착 지연뿐만 아니라 유조선이 재수송을 위해 복귀하는 항로도 길다"면서 "한번 운송하는 데 90일가량을 고려해야 한다. 이는 엄청난 시간이다. 시장에서 이를 간과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화물 운임 상승에 따라 유럽의 에너지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한편, 유럽 업체들이 물류 혼란이 없는 미국·브라질 등에서의 수입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가운데 한국에서 싱가포르로 연료를 수송하는 비용은 2022년 6월 이후 가장 많이 올랐고, 유럽에서 미국으로 가는 화물운임은 지난해 3월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 중이다.
다만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물류 혼란으로 천연가스 에너지 안보가 위협받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동북아시아의 겨울 날씨가 춥지 않았고 중국 경제가 둔화하면서 아시아 지역의 에너지 수요가 잠잠했던 점, 각국의 재고가 많은 점 등을 감안하면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때와 같은 에너지 위기 우려는 낮다는 것이다.
금융정보업체 리피니티브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의 MMBtu(25만㎉ 열량을 내는 가스량)당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은 지난해 10월 하순 18.59 달러에서 지난 22일 9.41 달러로 내려온 상태다.
리스타드 에너지에 따르면 카타르는 전체 LNG 수출 물량의 80% 이상을 아시아로 보내는데, 이 과정에서 홍해와 수에즈운하를 거쳐 가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파이프라인을 통해 아시아로 공급되는 러시아산 가스를 비롯해 석탄, 원자력 등의 에너지자원도 있다고 WSJ은 설명했다.
bsch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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