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델리=연합뉴스) 유창엽 특파원 = 무슬림 다수국인 방글라데시에서 한 사립대 학생들이 트랜스젠더 여성 인정 문제를 국정교과서에 포함한 것에 반대했다는 이유로 해고된 강사의 복직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24일(현지시간) 현지 일간 '뉴에이지'와 AFP통신에 따르면 수도 다카 소재 BRAC대 학생 300여명은 전날 교내에서 철학과 강사 아시프 마흐타브 우차의 복직을 요구하며 수 시간 동안 피켓 시위를 진행했다.
앞서 우차는 지난 19일 다카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 참석해 발표하면서 트랜스젠더 여성 관련 내용이 든 국정교과서의 해당 페이지를 찢으며 이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취했다.
이 일이 알려진 뒤 그는 학교 측에 의해 해고됐다.
시위에 참여한 한 학생은 뉴에이지에 "우차는 차별행위의 희생자"라며 "방글라데시에 성소수자(LGBTQ)나 트랜스젠더들을 위한 자리는 없다는 점을 대학 당국에 말하고 싶다. 트랜스젠더는 모든 종교에서 불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대학 측은 성명을 통해 관용과 포용을 증진할 준비가 돼 있다고만 밝히고 우차의 복직 여부에 대해선 언급을 삼갔다.
학생들 시위는 방글라데시 당국이 지난해 트랜스젠더 여성 인정에 관한 내용을 개정 교과서에 실은 데 대해 이슬람주의자들의 반발이 잇따르는 가운데 이뤄졌다.
방글라데시에서는 최근 10년간 트랜스젠더 여성들을 제3의 성(性)으로 점차 인정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일부 트랜스젠더 여성은 정계에 진출했으며 2021년에는 방글라데시에서 처음으로 트랜스젠더 여성 시장이 탄생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성소수자들은 만연한 차별에 직면해 있다.
방글라데시에는 영국 식민지배 시절 제정된 법이 여전히 시행되고 있다. 이 법은 동성간 성관계 행위를 징역형에 처하도록 하고 있으나 실제로 적용된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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