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후보군 1순위"…"친강 해임 직후 왕이 재기용은 류젠차오에 준비 시간 준 것"
작년 美의회 방중 담당…새해 美찾아 정가·재계 거물들 만나며 '對美 외교' 경험 쌓기
(서울=연합뉴스) 홍제성 기자 = 류젠차오(劉建超)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이 차기 외교부장(외교장관)으로 발탁될 예정이라고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새해 들어 방미길에 나서는 등 활동 반경을 넓혀온 그를 둘러싸고 홍콩 매체 등에서 외교부장 기용설은 흘러나왔지만, 사실상 낙점됐다는 수준의 보도가 나온 것은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문은 이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 "시진핑이 지난해 여름 갑작스럽게 해임된 친강(秦剛) 전 외교부장 후임자를 물색했을 때 류젠차오가 중국 지도부의 후보군 리스트에 1순위 로 올랐다"고 보도했다.
번역가에서 외교관으로 변신한 그는 현재 북한, 베트남 등 공산권 국가들과 교류 협력을 담당하는 중국 공산당 대외연락부를 이끌고 있다.
역대 중국 외교부장들보다 미국 근무 경험은 적지만 그는 외교관으로서는 드물게 중국 공산당의 사정 기구인 국가예방부패국에서 부국장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다.
1964년생으로 지린성 출신인 류 부장은 베이징 외국어학원 영어학과 졸업 후 1986년 외교부에 입부해 대변인, 주필리핀 대사, 주인도네시아 대사, 부장조리(차관보) 등을 역임한 '외교통'이다.
특히 2001년부터 약 8년간 외교부 대변인을 맡아 '중국의 입' 역할을 했기에 국제적인 지명도도 있다. 그가 수석대변인(신문사 사장)을 맡았을 당시 친강 전 외교부장이 부사장 겸 대변인으로 일한 바 있다.
WSJ는 "그는 당내에서의 경험과 정치적 충성심을 이유로 외교부 고위 관리들로부터 적극적인 추천을 받았다"며 소식통들은 이런 특성은 당 통제가 강화되고 안보가 강조되는 시기에 시진핑 주석이 중요시해온 것이었다고 전했다고 전했다.
다만 시 주석은 그가 미국과 외교 경험이 적기 때문에 당장 발탁하기보다는 우선 실무경험을 쌓을 기회를 제공하는 쪽을 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점을 고려해 지난해 7월 친강을 면직하고 그 자리에 직전 외교부장이던 왕이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을 임시방편으로 재기용했다는 것이다.
류 부장이 지난해 가을 미국 의회 대표단의 방중 일정을 맡는 등 지난 6개월간 적극적인 외교적 역할을 담당한 것은 차기 외교부장 자리를 향해 착착 나아가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시 주석이 그를 새해 벽두부터 직접 미국 워싱턴, 뉴욕, 샌프란시스코에 보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 사모펀드 회사 블랙스톤의 스티븐 슈워츠먼 최고경영자(CEO) 등 미국의 정·재계 인사들과 교류할 기회를 준 것도 외교부장 임명 준비를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국 관리들에 따르면 중국 인사들은 "기본적으로 그(류젠차오)가 차기 외교부장이 될 것"이라며 "그는 더 큰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해 왔다.
신문은 그의 임명 시기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소식통들은 중국의 최대 정치행사인 3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계기로 이뤄질 가능성을 거론한다고 보도했다.
다만 중국 외교부는 WSJ의 확인 요청에 응답하지 않았다.
류젠차오 임명이 지난해 11월 미중 정상이 회담을 통해 양국간 갈등 봉합에 나선 이후 미·중 관계의 민감한 시기에 이뤄진다는 점에도 WSJ는 주목했다.
중국의 올해 외교 목표는 국내 경제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가운데 미국과 관계를 안정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한 듯 류 부장은 미국 방문 기간 시진핑 주석이 지난해 11월 바이든 대통령에게 "중국은 미국에 도전하거나 기존 국제질서를 바꿀 의도가 없다"고 밝힌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주력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j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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