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정재승 교수, KOSA 런앤그로우 포럼서 주장
(서울=연합뉴스) 홍국기 기자 =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의 정보기술(IT)·가전 전시회 CES에 한국 기업의 참여가 과도할 정도로 많은 것은 테크 '구루'(GURU·스승)이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정재승 뇌인지과학과 교수(융합인재학부장)는 24일 서울시 강남구 삼정호텔에서 열린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KOSA) 제23회 '런앤그로우(Learn&Grow) 포럼' 강연을 통해 "올해 CES에 대한민국의 참가 기업과 참석자는 미국과 중국에 이어 전체 3위"라면서 이런 골자의 주장을 펼쳤다.
이번 행사는 대한민국이 살렸다는 말이 나오고, 주최 측에서도 올해 행사의 핵심어를 한국과 인공지능(AI)으로 요약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정 교수는 "행사는 마켓(시장)이 있는 곳에 가서 해야 한다"며 "삼성과 LG의 입장에서 주된 바이어(구매자)는 미국과 유럽으로, 한국에서 하는 행사와는 비교할 수 없는 임팩트(영향)가 있다"고 짚었다.
이어 "미국의 주요 테크 기업은 리더가 어떤 변화와 세상을 꿈꾸는지 비전과 마일스톤(이정표)을 제시하지만, 한국은 그 어떤 테크 기업도 비전을 말하지 않는다"며 "비전 자체가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남이 주는 문제는 잘 푸는데, 문제를 만들 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에 CES를 주목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정 교수는 메타와 구글, 애플과 같은 글로벌 빅테크가 CES에 참가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도 "CES에 부스를 만든다는 것 자체를 자존심 상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자기들이 깔아놓은 판에 사람들을 오게 만들고, 자체 제품만으로도 주목하게 하는 힘이 있는 회사들은 굳이 CES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견해를 밝혔다.
일례로 이번 CES에서 애플이 9년 만에 내놓은 신제품인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 프로'가 행사 개막 전날 공개되는 바람에 CES에 대한 언론과 대중의 관심이 대폭 줄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 밖에 정 교수는 CES의 역사와 의미, 올해 핵심 트렌드, AI가 바꿀 비즈니스의 지형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풍부한 지식과 알기 쉬운 메시지로 전했다.
한편 이날 행사를 후원한 지능형 클라우드 통합 관리 플랫폼 오케스트로의 김민준 대표는 "변하는 세상 속에서 변하지 않는 것을 찾는 회사"라며 "정답은 고객에 있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 대표는 "1500년대 대항해 시대에 바다를 보면서 포르투갈이나 스페인과 같은 서방 국가는 어떻게 바다를 건널까를 생각했지만, 조선은 어떻게 바다를 지킬까를 생각했다"며 "오케스트로는 지키려는 관성을 깨고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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