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가 격추? 러시아 자작극?…러 수송기 추락 미스터리
CNN "대부분 우크라 미사일 사거리 밖…패트리엇 말곤 어려워"
"우크라가 러 항공기 포로 수송사실 모르고 공격했을 수도"
"포로 65명에 호송요원 3명 이례적"…러 자작극 가능성 배제 못해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러시아 벨고로드에서 발생한 러시아군 수송기 추락의 원인을 둘러싸고 여러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 측 주장대로 수송기가 우크라이나 미사일에 격추됐다면 우크라 측이 자국 포로 탑승 사실을 알았는지, 미국이 제공한 패트리엇 미사일을 사용했는지 등을 두고 논란이 가열될 전망이다.
하지만 정황상 러시아 측의 자작극이거나 기술적 결함에 따른 사고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러시아 측 발표에 따르면 24일(현지시간) 오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접경지 벨고로드에서 일류신(IL)-76 군 수송기가 추락해 포로 교환을 위해 이송 중이던 우크라이나 병사 65명과 러시아인 승무원 6명, 호송 요원 3명 등 74명이 모두 숨졌다.
러시아 국방부는 해당 수송기가 추락 지점에서 50마일(약 80㎞) 떨어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립치 지역에 매치된 대공 미사일 시스템에 의해 격추됐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레이더 장비로 미사일 발사 사실을 탐지했다고 말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또한 "우크라이나 지도부는 기존 관행대로 오늘 우크라이나 병력이 포로 교환을 위해 군 수송기로 벨고로드로 옮겨진다는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가 자국 포로를 이송하는 항공기임을 알고도 공격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군 사령부는 벨고로드로 접근하는 러시아 군용기를 정당한 표적으로 간주한다면서도 해당 수송기는 격추하지 않았다며 러시아 측 발표 내용을 부인했다.
우크라이나군 정보부 관계자는 이날 포로 교환이 예정돼있었다는 사실은 인정했지만, 러시아 측의 포로 수송과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고 미국 CNN 방송은 전했다.
CNN은 미사일 방어 수단 없이 벨고로드로 접근하는 대형 러시아 군용기는 우크라이나 입장에서 좋은 표적이고 실제로도 우크라 무인기의 빈번한 공격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그런 측면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측에 비행 목적을 통보하지 않았다면 상당한 위험이 수반되는 비행이었을 것이라고 이 매체는 짚었다. 우크라이나가 수송기 안에 자국 포로가 탄 사실을 모르고 격추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우크라이나에서 포로 수송 러시아 항공기의 이동 시간과 경로를 정말로 알고 있었는지, 또한 그러한 정보가 벨고로드 인근 최전방 우크라이나군 부대에 전달됐는지 밝혀져야 정확한 사실관계가 드러날 전망이다.
또 하나 중요한 쟁점은 우크라이나가 보유한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 대부분의 사거리가 립치에서 수송기 추락지점까지 거리인 80㎞에 못 미친다는 점이다.
안드레이 카르타폴로프 하원(국가두마) 국방위원장은 추락한 수송기가 우크라이나군의 패트리엇 또는 IRIS-T 대공 미사일에 격추당했다고 주장했다.
사거리 20㎞인 IRIS-T를 제외하면 남는 가능성은 패트리엇이다. 패트리엇의 사거리는 100마일(161㎞) 정도다.
러시아 수송기가 패트리엇에 격추된 것이라면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할 때 당부한 '러시아 본토 타격 시 사용 금지' 방침을 어긴 것이 된다.
러시아 측의 자작극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부 관측통들은 수송기 추락 당일 해당 지역에서 러시아 미사일 방어망이 고도의 경계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수송기가 추락하기 직전 우크라이나 무인기가 격추되기도 했는데 우크라이나에서 쏜 미사일을 막지 못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추락한 수송기에 탑승한 인원 가운데 포로 65명을 감시하기 위한 호송요원이 3명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도 의문점이다.
우크라이나 전쟁포로였던 막심 콜레스니코우는 이날 X(엑스)에 올린 글에서 이전에 그가 러시아 브랸스크에서 벨고로드로 이송됐을 때 수송기에는 우크라이나 포로 50명에 러시아 군사경찰 20명이 탑승했다고 말했다.
CNN은 이 사건이 이번 전쟁에서 끊이지 않는 정보전쟁의 또 다른 사례라며 2022년 7월 우크라이나 전쟁포로가 수감돼 있던 도네츠크주 올레니우카 교도소 피격을 예로 들었다.
러시아는 당시 피격이 우크라이나군 소행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CNN은 그러나 이후 이뤄진 광범위한 법의학 조사 결과 사실 여부가 극히 의심스러웠다고 지적했다.
드미트로 루비네트 우크라이나 의회 인권위원은 "정보전은 최전선 전투만큼 중요하고 적은 교활하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사회를 불안정하게 만들려고 어떤 끔찍한 방법을 사용할 수 있는지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inishmor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NN "대부분 우크라 미사일 사거리 밖…패트리엇 말곤 어려워"
"우크라가 러 항공기 포로 수송사실 모르고 공격했을 수도"
"포로 65명에 호송요원 3명 이례적"…러 자작극 가능성 배제 못해
(서울=연합뉴스) 권수현 기자 = 러시아 벨고로드에서 발생한 러시아군 수송기 추락의 원인을 둘러싸고 여러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 측 주장대로 수송기가 우크라이나 미사일에 격추됐다면 우크라 측이 자국 포로 탑승 사실을 알았는지, 미국이 제공한 패트리엇 미사일을 사용했는지 등을 두고 논란이 가열될 전망이다.
하지만 정황상 러시아 측의 자작극이거나 기술적 결함에 따른 사고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못한다.
러시아 측 발표에 따르면 24일(현지시간) 오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접경지 벨고로드에서 일류신(IL)-76 군 수송기가 추락해 포로 교환을 위해 이송 중이던 우크라이나 병사 65명과 러시아인 승무원 6명, 호송 요원 3명 등 74명이 모두 숨졌다.
러시아 국방부는 해당 수송기가 추락 지점에서 50마일(약 80㎞) 떨어진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립치 지역에 매치된 대공 미사일 시스템에 의해 격추됐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레이더 장비로 미사일 발사 사실을 탐지했다고 말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또한 "우크라이나 지도부는 기존 관행대로 오늘 우크라이나 병력이 포로 교환을 위해 군 수송기로 벨고로드로 옮겨진다는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가 자국 포로를 이송하는 항공기임을 알고도 공격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우크라이나군 사령부는 벨고로드로 접근하는 러시아 군용기를 정당한 표적으로 간주한다면서도 해당 수송기는 격추하지 않았다며 러시아 측 발표 내용을 부인했다.
우크라이나군 정보부 관계자는 이날 포로 교환이 예정돼있었다는 사실은 인정했지만, 러시아 측의 포로 수송과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고 미국 CNN 방송은 전했다.
CNN은 미사일 방어 수단 없이 벨고로드로 접근하는 대형 러시아 군용기는 우크라이나 입장에서 좋은 표적이고 실제로도 우크라 무인기의 빈번한 공격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그런 측면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측에 비행 목적을 통보하지 않았다면 상당한 위험이 수반되는 비행이었을 것이라고 이 매체는 짚었다. 우크라이나가 수송기 안에 자국 포로가 탄 사실을 모르고 격추했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서는 우크라이나에서 포로 수송 러시아 항공기의 이동 시간과 경로를 정말로 알고 있었는지, 또한 그러한 정보가 벨고로드 인근 최전방 우크라이나군 부대에 전달됐는지 밝혀져야 정확한 사실관계가 드러날 전망이다.
또 하나 중요한 쟁점은 우크라이나가 보유한 지대공 미사일 시스템 대부분의 사거리가 립치에서 수송기 추락지점까지 거리인 80㎞에 못 미친다는 점이다.
안드레이 카르타폴로프 하원(국가두마) 국방위원장은 추락한 수송기가 우크라이나군의 패트리엇 또는 IRIS-T 대공 미사일에 격추당했다고 주장했다.
사거리 20㎞인 IRIS-T를 제외하면 남는 가능성은 패트리엇이다. 패트리엇의 사거리는 100마일(161㎞) 정도다.
러시아 수송기가 패트리엇에 격추된 것이라면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할 때 당부한 '러시아 본토 타격 시 사용 금지' 방침을 어긴 것이 된다.
러시아 측의 자작극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부 관측통들은 수송기 추락 당일 해당 지역에서 러시아 미사일 방어망이 고도의 경계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수송기가 추락하기 직전 우크라이나 무인기가 격추되기도 했는데 우크라이나에서 쏜 미사일을 막지 못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추락한 수송기에 탑승한 인원 가운데 포로 65명을 감시하기 위한 호송요원이 3명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도 의문점이다.
우크라이나 전쟁포로였던 막심 콜레스니코우는 이날 X(엑스)에 올린 글에서 이전에 그가 러시아 브랸스크에서 벨고로드로 이송됐을 때 수송기에는 우크라이나 포로 50명에 러시아 군사경찰 20명이 탑승했다고 말했다.
CNN은 이 사건이 이번 전쟁에서 끊이지 않는 정보전쟁의 또 다른 사례라며 2022년 7월 우크라이나 전쟁포로가 수감돼 있던 도네츠크주 올레니우카 교도소 피격을 예로 들었다.
러시아는 당시 피격이 우크라이나군 소행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CNN은 그러나 이후 이뤄진 광범위한 법의학 조사 결과 사실 여부가 극히 의심스러웠다고 지적했다.
드미트로 루비네트 우크라이나 의회 인권위원은 "정보전은 최전선 전투만큼 중요하고 적은 교활하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사회를 불안정하게 만들려고 어떤 끔찍한 방법을 사용할 수 있는지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inishmor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