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 기부자 "학내 반유대주의 확산, 좌파 다양성 정책 때문"
(서울=연합뉴스) 박진형 기자 = 최근 반유대주의 논란으로 하버드대와 펜실베이니아대(유펜) 총장들이 잇따라 물러난 가운데 이들 학교와 같은 아이비리그 소속인 코넬대에서도 총장 사퇴 요구가 나왔다.
평소 이들 대학의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에 반대해온 부유한 대학 기부자들이 이들 대학 총장을 반유대주의 논란을 계기로 내쫓는 데 성공하자 코넬대에서도 똑같은 전술을 쓰고 있다고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코넬대 동문이자 중요 기부자인 기업가 존 린세스(89)는 코넬대 이사회 의장에게 보낸 서한을 통해 마사 폴락 총장과 마이클 코틀리코프 교무처장의 해임을 촉구했다.
또 학교 측에 DEI 관련 프로그램과 인원을 없애고 자유로운 탐구와 열린 토론의 원리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린세스는 서한에서 코넬대가 열린 토론과 합리적 논쟁을 억누르고 있다면서 "이제 지식 발견·확산에 관심이 없으며, 오히려 DEI 집단사고 정책과 인종적 구분 짓기에 집착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1990년대 코넬대 이사를 지냈고 명예이사 자격으로 이사회에도 참석한다.
또 학내 모임인 '코넬대 표현의 자유 동맹'도 총장 사퇴를 지지하고 있다. 이 모임에 소속된 몇몇 부유한 동문들은 학교 측이 자신들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기부를 중단할 의사를 나타냈다.
린세스는 지난 몇 달 동안 폴락 총장에게 화가 나 있었지만, 가자지구 전쟁과 관련해 학내에서 긴장과 반유대주의가 확산함에 따라 폴락 총장이 물러나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작년 10월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과 민간인 학살 이후 코넬대에서는 관련 시위가 여러 차례 벌어졌다. 대다수 시위는 평화적이었지만, 두 가지 사건은 상당한 논란을 일으켰다.
10월 러셀 릭포드 역사학과 부교수가 한 연설에서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대해 "신나는 일이었다"는 표현을 썼다가 비난을 받았다.
또 10월 말에는 3학년 학생 패트릭 다이(21)가 캠퍼스 내 코셔(유대인 율법을 따르는 음식) 식당에 총을 쏘겠다는 내용의 글을 한 온라인 토론 사이트에 올린 혐의로 연방검찰에 체포됐다.
린세스는 학내의 이런 반유대주의가 반대 의견의 표현의 자유를 억누르는 좌파 이념의 표출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크레이그 케이저 코넬대 이사회 의장은 "7년 가까이 나는 폴락 총장을 강하게 지지해왔으며, 이런 지지는 현재도 강력하다"고 밝혔다.
코넬대는 그간 DEI 정책을 강하게 추진해왔다.
그러나 학내에서 이와 관련된 논란이 지속하자 지난해 8월 폴락 총장은 표현의 자유와 DEI 모두에 헌신하겠다고 약속하는 메시지를 발표했다.
폴락 총장은 다양성과 표현의 자유라는 이 두 가치가 때로는 서로 긴장 상태가 된다면서 "이런 긴장을 관리하고 완벽하지 않더라도 둘 다를 공정하게 다루는 방식으로 이 두 가치를 지키는 것이 대학들이 할 일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또 릭포드 교수의 발언 파문 직후 성명을 내고 "인류에 대해 아무런 배려도 보이지 않은 비난받을 만한 언급"이라면서 이 사안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일부 교수 등의 하마스에 대해 긍정적인 발언에 대해 "사악한 하마스 테러리즘을 미화하는 발언에 질렸다"면서 하마스의 폭력적이고 혐오스러운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고 학내 언론 '코넬데일리선'이 전했다.
앞서 이달 초 클로딘 게이 하버드대 총장이 학내 반유대주의 확산 방치 논란과 관련해 헤지펀드 억만장자이자 이 대학 핵심 기부자인 빌 애크먼이 주도한 반대 운동으로 물러났다.
또 유펜에서도 사모투자펀드(PEF) 부호인 마크 로언 등의 압박으로 리즈 맥길 총장이 사퇴했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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