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이스라엘 전투성과 제한적"…"휴전협상도 양측 이견 커 불확실"
(서울=연합뉴스) 황윤정 기자 = 석 달 넘게 전쟁 중인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국제사회의 중재 아래 물밑에서 휴전과 인질석방 등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양측의 지속 가능한 평화를 위한 길은 요원해 보인다는 미국 언론 전망이 나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현지시간) '하마스와의 이스라엘 전쟁이 끝이 안 보인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양측이 각기 근본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면서 장기전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또 항구적인 평화로 가는 분명한 길도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하마스가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해 약 1천200명을 살해하고 240여명을 인질로 끌고 가자 이스라엘은 하마스 궤멸을 공언해왔다.
반면 하마스의 장기 목표는 이스라엘이라는 국가를 지구상에서 없애는 것이다. WSJ은 이처럼 '양립할 수 없는'(irreconcilable) 이해관계가 양측에 실존적인 문제가 되고 있다면서 "휴전으로 가자지구에서 전투가 멈추더라도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싸움은 계속될 것임을 의미한다"고 짚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하마스가 완전히 궤멸할 때까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현재의 전쟁을 계속할 것이라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힌 바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25일에도 "적들에 대한 완전한 승리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WSJ은 그러나 이스라엘군이 지금까지 가자지구에서 거둔 전과가 제한적이라면서 이에 따라 네타냐후 총리가 내건 하마스 제거 목표가 이른 시일 달성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구심이 이스라엘 내에서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과 일부 중동 국가들이 중재 중인 것으로 알려진 휴전 협상의 전망도 밝지 않다.
100명이 넘는 남은 인질 석방과 가자지구의 인도적 지원 확대를 위한 국제사회의 장기 휴전 압박이 거세지만 휴전 조건을 둘러싸고 양측의 이견이 여전히 커 합의가 이뤄질지 불확실하다는 게 WSJ의 분석이다.
WSJ은 또 "장기 휴전이 전쟁 종식인지, 아니면 단지 일시 교전의 중단을 의미하는 것인지도 불확실하기는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스라엘 고위 장교들은 휴전이 이뤄지지 않으면 이스라엘군이 완전한 통제권을 확보할 때까지 가자지구에서 수개월, 아마도 올해 남은 기간 하마스와 계속 싸울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WSJ은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를 장기간 점령하면 오랜 기간 공격의 표적이 될 위험이 있고, 그렇다고 신속하게 가자지구에서 철수하면 하마스가 다시 가자지구를 장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스라엘이 '딜레마'에 직면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러한 문제에 처하지 않으려면 이스라엘과 국제사회는 물론 가자지구 주민들의 지지 하에 새로운 통치 주체를 신속하게 세워야 하지만 이러한 시나리오 역시 요원해 보인다고 WSJ은 지적했다.
WSJ은 최근 수십년간 선진국들의 정규군이 비정규 무장세력들을 완전히 진압하는 데 어려움을 겪어왔다면서 아프가니스탄 사례를 들었다.
미국과 서방 동맹국들이 20년에 걸쳐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을 진압하고 안정적인 정부를 세우려 했지만 결국 실패했다는 것이다.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싱크탱크 아랍·걸프 국가연구소의 후세인 이비시 연구원은 WSJ에 "가자 주민들이 없어지거나 추방되지 않는 한 하마스는 어떻게든 살아남을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그는 "하마스가 개인이나 장비 목록이라면 파괴될 수 있다"면서 "하지만 하마스는 전투원들과 지도자들을 교체하고 스스로 (조직을) 재건할 수 있는 정치적 브랜드"라고 말했다.
yunzh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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