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자연사박물관, 원주민 유물 전시 공간 임시 폐쇄 결정
(뉴욕=연합뉴스) 고일환 특파원 = 미국에서 원주민 유물의 전시와 연구를 대폭 제한하는 새로운 규정이 발효되면서 주요 박물관들에 비상이 걸렸다.
뉴욕타임스(NYT)는 26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에 위치한 미국 자연사박물관이 미국 원주민 유물을 전시하는 2개의 전시 공간을 폐쇄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이후 박물관은 1만 평방피트(약 929㎡)에 달하는 전시 공간을 채우고 있는 원주민 유물들이 새로운 연방 규정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이달 초에 발효된 연방 규정은 '원주민 유물을 전시할 경우 해당 부족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부족의 동의를 받지 못한다면 박물관 전시뿐 아니라 유물에 대한 연구도 금지된다.
이 규정은 1990년에 제정된 '미국 원주민 유물 보호와 반환법'(NAGPRA)을 촉진하기 위해 미국 내무부가 도입했다.
NAGPRA는 박물관 등에 전시된 원주민의 유해와 무덤의 부장품을 부족에 반환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현재 미국 내 박물관에 소장된 원주민의 유해는 2천200구 안팎, 부장품은 수천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법 제정 후 30년이 지났는데도 반환 작업에 진척이 없자 새로운 규정을 도입한 것이다.
이 규정에는 박물관에 전시된 모든 원주민 유물을 대상으로 부족의 동의를 의무화하는 내용 외에도 원주민 유해와 부장품의 경우 2029년까지 반환 준비를 완료하라는 시한도 제시됐다.
뉴욕의 자연사박물관 외 미국 내 주요 박물관들도 새로운 규정을 지키기 위해 비슷한 조치를 취했다.
시카고의 필드박물관과 클리블랜드미술관은 원주민 유물이 보이지 않도록 칸막이를 설치했고, 하버드대 피바디박물관은 전시 공간에서 원주민 부장품을 철수시키기로 했다.
박물관들은 새 규정 발효에 앞서 변호사 등과 대책을 논의한 뒤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미주리대 인류학박물관 책임자인 캔데이스 살은 박물관들이 소장한 원주민 유해와 부장품에 대해 "과학 차원에서 다룰 문제가 아니라 인권의 문제"라며 신속한 반환 필요성에 공감했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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