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탈 총리, 농업용 경유 면세 유지·소득 보장 담보 등 발표
농민 단체들 "시위 계속"…일부 농민은 "봉쇄 해제"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프랑스 정부가 일주일 넘게 이어진 농민들의 시위를 잠재우기 위해 각종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가브리엘 아탈 총리는 26일(현지시간) 오후 프랑스 남서부 오트가론 주의 한 소 사육 농장을 찾아 농민들 앞에서 정부의 농가 지원 대책을 설명했다.
아탈 총리는 우선 농가 소득을 보장하기 위해 2018년∼2021년 제정한 일명 '에갈림법(Egalim law)' 적용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에갈림법은 원료 생산자인 농민과 식품제조업체, 유통체인 간 거래 규정을 설정한 법이다. 시장 가격을 결정할 때 농민들이 생산비를 고려해 가격을 제안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높은 인플레이션 이후 유통업체들이 농가에 가격 인하 부담을 전가해 불만이 쌓여 왔다. 위반하면 법인에 최대 100만 유로(약 1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벌칙 조항도 있으나 대형 유통업체의 보복이 두려워 농민이나 식품업체들이 섣불리 문제를 제기하지도 못하는 실정이다.
아탈 총리는 "우리의 목표는 분명하다. 예외 없이 모든 곳에서 에갈림법이 존중받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법을 지키지 않는 기업에는 무거운 제재를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아탈 총리는 농민들의 또 다른 불만 중 하나였던 비(非)도로용 경유의 점진적 과세 조치도 폐지하기로 했다. 애초 프랑스 정부는 경유 면세 조치가 화석 연료 소비를 부추긴다며 올해부터 2030년까지 면세 혜택을 단계적으로 폐지할 예정이었다.
아탈 총리는 유럽연합(EU)의 농가 보조금 지원 조건이 지나치게 과하다는 농민들의 항의도 수용해 EU에 조건 단순화를 요구할 예정이다.
농민들은 저렴한 수입산 농산물의 유입으로 시장에서 프랑스 농산물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고도 걱정했다.
특히 EU가 아르헨티나·브라질·파라과이·우루과이 등 남미 4개국 공동시장인 메르코수르(MERCOSUR)와 무역 협정을 체결하려는 데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이에 아탈 총리는 "분명히 말씀드리지만 대통령은 이 협약에 서명하는 것을 항상 반대해 왔고 앞으로도 계속 반대할 것"이라며 농민들을 안심시켰다.
아탈 총리는 지나치게 복잡한 행정 절차의 간소화, 유기농 농가에 대한 긴급 지원금 등도 발표했다.
프랑스 정부가 부랴부랴 농가 지원 대책을 발표한 건 이번 시위가 2018년의 '노란 조끼' 시위처럼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농민들 외에 트럭 운전사 등도 시위에 지지를 보내며 동참할 조짐을 보인다.
올해 7월 파리올림픽과 패럴림픽 개최를 앞둔 정부로선 시위가 장기화·과격화하는 걸 막아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농민단체들은 총리의 발표가 자신들의 요구를 충족하지 못한다며 시위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전국농민연맹의 아르노 루소 연맹 회장은 이날 저녁 TF1 방송에서 "우리는 이 시위를 계속하기로 결정했다"며 "총리의 발표는 우리의 분노를 가라앉히지 못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농민 단체의 로랑스 마랑돌라 대변인도 BFM TV에 출연해 "총리의 발표는 불충분했다"며 "우리의 시위는 내일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이달 18일 처음 64번 고속도로 점거를 시작하며 시위의 선두에 섰던 농민 제롬 바일은 아탈 총리가 내놓은 대책에 "아주 만족한다"며 27일 정오께 봉쇄를 해제할 예정이라고 방송 인터뷰에서 밝혔다.
san@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