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수호' 명분에 공감
"자국에선 인권 탄압"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예멘의 친이란 후티 반군이 홍해를 지나는 선박을 공격하며 역내 긴장을 높이고 있지만, 아랍권에서는 오히려 이들을 지지하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을 계기로 이스라엘에 대한 반감이 커진 상황에서 후티가 '팔레스타인 수호'라는 명분을 내세우자 이에 공감하는 지지층이 생겨서다.
26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으로 전쟁이 시작된 이후 후티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는 아랍권 여론이 늘었다.
이들은 후티가 지난해 11월부터 홍해를 지나는 상선을 드론과 미사일 등으로 공격해 글로벌 물류난을 야기한 데 대해서도 우호적 태도를 보인다.
영국에 거주하는 28세 요르단 남성은 "친구들 사이에서 후티에 대한 인식은 매우 긍정적"이라며 "이들에 대해 비판적 말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예멘에 사는 35세 남성은 "팔레스타인을 위해 그들(후티)이 하는 일은 선행"이라며 "팔레스타인을 억압하는 이들의 삶을 더 힘들게 만들어준다면 그게 누가 됐든 지지할 것"이라고 했다.
이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공습을 퍼부으면서 벌어진 참사가 아랍권 분노를 자극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가자지구 보건당국에 따르면 개전 이후 가자지구 내 사망자는 2만5천명을 넘어섰다. 이들 가운데 상당수는 여성과 어린이 등 민간인이다.
중동연구소 소속 예멘 전문가 이브라힘 잘랄은 "후티는 '팔레스타인 대의의 수호자'라는 프레임을 이용해 인기 있는 행위자로 부상했다"고 분석했다.
미국 등 서방이 후티에 강력히 대응하는 데 대한 반감도 크다.
쿠웨이트에 사는 부슈라 힌드(27)는 "이들(서방국)은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잔학 행위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하지 않다가 무역이 위협받자 곧바로 행동에 나섰다"며 "도덕적인 척하지만 사실은 위선자"라고 비판했다.
앞서 미국은 홍해 안보를 위해 다국적 함대를 꾸렸고 이달 12일부터는 영국과 함께 예멘 내 후티 근거지에 대한 폭격을 이어가고 있다. 17일에는 후티를 '특별지정 국제테러리스트'(SDGT)로 다시 지정하기도 했다.
후티가 아랍권의 지지 여론을 등에 업고 잔혹한 실체를 감추려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후티가 '팔레스타인 수호자'를 자처하고 있지만, 예멘에서는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고 여성 인권 탄압, 소년병 수천명 징집 등 만행을 저질러왔다는 것이다. 지난달에는 한 여성 인권 운동가에게 간첩 혐의를 씌워 사형 선고를 내리기도 했다.
국제 인권 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 소속 예멘 연구원 니쿠 자파르니아는 "후티에 대한 국제사회 지지가 늘면서 후티가 자국민에 대한 인권 유린을 강화할 빌미를 주고 있다"고 우려했다.
han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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