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독일·스위스·호주 등 지원 잠정 중단
UNRWA "소수 직원 혐의일 뿐"
(뉴욕·서울=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유한주 기자 = 미국이 일부 직원의 하마스 연계 의혹이 제기된 유엔 구호단체에 재정 지원을 일시 중단한 데 이어 다른 서방 국가들도 지원 중단 방침을 밝혔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미국에 이어 호주, 캐나다, 영국,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스위스, 핀란드 등이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에 대한 재정 지원을 잠정 중단했다.
앞서 이스라엘은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UNRWA 직원 12명이 연루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이와 관련, 미 국무부는 전날 유엔의 대응 조치를 검토하는 동안 UNRWA에 대한 추가 자금 지원을 일시적으로 중단했다고 밝혔다.
2022년 기준 미국은 UNRWA에 단일 국가로는 가장 많은 3억4천만달러(약 4천500억원)를 지원했다.
호주, 영국, 캐나다, 핀란드 등 4개국은 총 6천600만달러(약 880억원)를 지원했다.
독일은 2022년 기준 1억9천만 유로(약 2천700억 원) 이상을 제공했고 스위스는 매년 약 2천만 스위스 프랑(약 309억 원)을 지원해왔다.
이탈리아는 2022년 기준 총 1천400만 유로(약 203억 원)를, 네덜란드는 지난해 1천900만 유로(약 276억 원)를 제공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스라엘이 유엔 회원국들을 상대로 UNRWA에 대한 지원 중단을 촉구하고 나선 가운데 지원 중단에 동참하는 국가는 추가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스라엘의 이스라엘 카츠 외무장관은 이날 "UNRWA를 진정한 평화와 발전을 위한 기관으로 바꿔야 한다"며 이 기구에 대한 재정 중단에 동참해달라고 촉구했다.
UNRWA는 서방 주요 국가들의 지원 중단 결정에 "충격적"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필립 라자리니 UNRWA 집행위원장은 "이는 가자지구를 포함한 전 지역에서 진행 중인 인도주의적 활동을 위협하고 있다"며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인에게 이 같은 추가적 집단 처벌이 필요하지 않다"고 호소했다.
이어 UNRWA가 하마스 공격에 연루된 직원들의 계약을 해지하고 투명한 조사까지 요청한 상황이라면서 "소수 직원에 대한 혐의에 대응해 자금 지원을 중단했다는 점은 충격적"이라고 했다.
라자리니 UNRWA 집행위원장은 하마스 공격에 연루된 것으로 알려진 직원 수와 이들의 구체적 정보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이들이 형사 기소를 포함한 모든 책임을 질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도 UNRWA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기로 한 국가들에 재고를 촉구했다.
후세인 알-셰이크 PLO 사무총장은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UNRWA 지원 중단을 발표한 국가들은 즉각 결정을 철회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UNRWA는 1차 중동전쟁이 있었던 1949년 설립된 유엔 산하 기구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 요르단, 시리아, 레바논 등지에서 1차 의료와 인도적 구호 활동, 교육 업무 등을 수행해왔다.
UNRWA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발발한 이후 가자지구 전역에 154개 피란민 보호시설을 운영해왔으며,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100명 이상의 직원을 잃었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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