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이탈리아서 팔레스타인 지지 집회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홀로코스트(나치의 유대인 대학살) 추모일인 27일(현지시간) 스페인과 이탈리아에서 팔레스타인을 지지하고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을 규탄하는 시위가 열렸다.
AFP, dpa 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스페인 수도 마드리드에서는 약 2만 명이 모여 팔레스타인 지지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거리를 행진하며 팔레스타인 깃발을 들고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구호를 외쳤다. 이스라엘에 대한 제재를 촉구하는 플래카드도 눈에 띄었다.
일부 시위대는 유엔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이스라엘을 제소한 남아프리카공화국에 감사를 표하는 플래카드를 들어 보였다.
앞서 남아공은 지난달 29일 이스라엘을 집단학살 혐의로 ICJ에 제소했고 ICJ는 이달 26일 이스라엘에 집단학살을 방지하고 가자지구 주민의 인도적 상황을 개선할 조치를 하라고 명령했다.
이날 시위에 참여한 마드리드 시민 로브나 엘나칼라(54)는 "(가자지구 주민은) 거의 110일째 물도, 음식도 없이 지내고 있다"며 "아이들이 죽어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탈리아에서도 팔레스타인 지지 집회가 열렸다.
수도 로마에서는 수백 명이 모여 '팔레스타인 민족에 대한 제노사이드(집단학살)를 멈추라'는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이스라엘을 규탄했다.
밀라노에서도 약 1천200명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을 비판하는 집회를 열었다.
일부 시위대는 집회 과정에서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기도 했다.
앞서 이탈리아 유대인 공동체 대표들은 이 같은 집회가 반대유대주의 움직임으로 번질 것을 우려해 정부에 집회를 금지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독일에서는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을 규탄하는 집회가 열렸다.
앞서 AfD 소속 정치인 다수가 이주민 수백만 명 추방 계획을 논의하는 비밀모임에 참석했다는 보도가 나온 뒤 독일에서는 AfD에 대한 비판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날 국제 홀로코스트 희생자 추모의 날을 맞아 AfD 등 극우 정치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뒤셀도르프, 만하임, 킬, 오스나브뤼크 등 독일 도시에서 이어졌다.
유엔은 1945년 1월 27일 폴란드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가 미국, 영국 연합군에 의해 해방된 것을 기념하기 위해 2005년 총회에서 이날을 국제 홀로코스트 희생자 추모의 날로 지정했다.
이날 뒤셀도르프에서는 약 10만 명이, 만하임과 킬에서는 각각 2만여 명과 1만1천여 명이 모였다고 현지 경찰은 추산했다.
이들은 '나치를 쫓아내자', '민주주의의 대안은 없다', 'AfD에 투표하는 건 1933년으로 회귀하는 것'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흔들며 시위를 벌였다. 1993년은 나치당 수장 아돌프 히틀러가 독일 총리로 임명된 해다.
킬에서 이주민 대변 단체를 이끄는 두르시예 아이일디즈는 "우익 사상이 대물림되고 있는 게 보인다"며 "다음 세대가 걱정된다"고 말했다.
한편 홀로코스트 생존자들은 이날 폴란드에서 아우슈비츠 수용소 해방 79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가졌다.
아우슈비츠 수용소는 나치 독일이 홀로코스트를 자행한 강제수용소 중 가장 악명 높은 곳이다. 이곳에서 희생된 110만명 중 100만명이 유대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홀로코스트 생존자 20여 명은 수용소 내 유대인이 처형당했던 '죽음의 벽' 앞에 화환을 놓고 촛불을 밝히며 희생자를 기렸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han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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