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재력으로 여력 충분"…일단 보유 현금으로 대응할 듯
"다른 재판 비용도 부담…자산 추가로 처분해야 할지 지켜봐야"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성추행 피해자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물게 된 1천억원대의 배상금을 어떻게 마련할지 주목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일단 항소해 몇 달 더 시간을 벌겠지만, 그가 가족들과 함께 트럼프그룹을 운영하는 부동산 재벌로 알려진 만큼 배상금 지급 여력은 충분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그가 다수의 민형사 소송에 얽혀 있어 그 결과에 따라 막대한 규모의 벌금 등을 추가로 내야 할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일단 보유 현금으로 눈앞의 불을 끄겠지만 추가로 보유 자산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칠지는 지켜봐야 한다.
27일(현지시간) AP 통신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가장 최근의 연간 재무제표에서 2021년 6월 말 기준 2억9천400만달러(3천933억원)의 현금 또는 현금 등가물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수십억달러(수조원)의 가치가 있다고 주장하는 부동산 자산을 더하면 그의 재산은 천문학적 규모가 된다.
이는 뉴욕남부연방지방법원 배심원단이 26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패션 칼럼니스트 E. 진 캐럴에게 지급하라고 평결한 명예훼손 배상금 8천330만 달러(약 1천112억원)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996년 뉴욕 맨해튼의 고급 백화점 버그도프 굿맨에서 우연히 마주친 자신에게 성폭행당했다는 캐럴의 주장을 비난하며 거짓으로 몬 점이 인정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이번 평결에 반발해 "항소하겠다"고 밝혀 최소 몇 달이 걸릴 수 있는 항소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배상금 지급을 미룰 수 있다.
그는 재산을 과시하면서도 여러 소송의 법률 비용과 관련, 자기 돈을 전혀 쓰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그는 형사 기소와 민사 재판 대응에 드는 변호사 비용과 기타 비용을 지불하는데 자신의 정치자금 모금 창구인 정치활동위원회의 금고에 손을 대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번 평결의 배상액은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치자금 계좌에 들어있는 돈보다 많아 그가 자신의 주머니에도 손을 대야 할 것이라고 NYT는 예상했다.
미 포드햄대학 로스쿨의 브루스 그린 교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8천300만달러의 배상 평결을 받은 드문 피고인으로, 실제 (지급할 수 있는) 돈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변 인사들은 그가 여러 계좌에 평결 배상금을 지급할 수 있는 충분한 현금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몇 년 사이에 워싱턴DC 소재 트럼프그룹의 '트럼프 인터내셔널 호텔'을 3억7천500만달러(약 5천17억원)에 매각하는 등 여러 자산을 처분했다.
향후 문제는 이번 평결 이외에 다른 재판의 결과다.
트럼프 전 대통령과 트럼프그룹의 자산가치 조작 의혹에 대한 민사 재판 결과가 몇주 안에 나온다.
레티샤 제임스 뉴욕주 검찰총장은 이번 소송을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과 트럼프그룹에 벌금 3억7천만달러(약 4천950억원)를 부과하고 뉴욕주에서 트럼프 그룹의 사업을 금지해달라고 요청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막대한 벌금을 물게 될 경우 이를 위해 다른 자산을 팔아야 할지 두고 봐야 한다.
kms123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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