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불확실성·수요둔화에 기업들 '신중 모드'…세제 혜택 등은 여전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미국 정부의 보조금 지원 등에 힘입어 지난해 급증했던 미 제조업 투자가 올해는 금리 불확실성과 수요 둔화 우려 속에 속도를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는 평가가 나왔다.
금융서비스업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는 미국 제조업체들의 자본 지출이 2022년 413억 달러(약 55조2천억원)에서 2023년 506억 달러(약 67조6천억원)로 22.5% 증가한 것으로 추정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8일(현지시간) 전했다.
이 업체는 그러면서도 올해 자본 지출 규모는 540억 달러(약 72조2천억원)를 기록, 늘어는 나되 증가 속도는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공급관리협회(ISM)가 6개월마다 실시하는 경제전망 조사에서도 구매·공급 담당 임원들이 지난해 15% 가까이 늘렸던 지출을 올해는 12% 정도 확대할 것으로 전망됐다.
지난해 미국 제조업 투자 증가에는 미중 산업 디커플링에 따른 미국 기업들의 '리쇼어링'(해외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 인플레이션감축법(IRA)·반도체과학법 등을 통한 지원책이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 인공지능(AI) 붐과 자동화 등에 따른 업그레이드 요인 등도 있었다.
미국 정부의 최근 국내총생산(GDP) 통계를 봐도 공장 및 기타 생산시설에 대한 제조업 투자가 지난해 62.6%나 급증, 1951년(75.8%)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확산 당시인 2020년에는 9.5% 감소했고 2021년은 3.2%, 2022년 14.2% 증가했다.
인구조사국 발표를 보면 미국의 반도체 제조설비 건설은 2022년 말 이후 122% 급증한 상태다.
하지만 블룸버그의 이코노미스트 대상 월간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2.5%에서 올해 1.5%로 둔화할 전망이다. 게다가 해외 수요가 둔화하고 미국 내 지출이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으로 옮겨가고 있는 점도 우려 요인이다.
일례로 뉴욕 연방준비은행(연은)의 뉴욕주 제조업황 조사 결과를 집계한 엠파이어스테이트 제조업 지수는 1월 -43.7을 기록, 코로나19 초기인 2020년 5월 이후 가장 부진했다.
또 전미제조업자협회(NAM)의 지난해 4분기 설문조사 결과 향후 12개월간 자본지출이 0.6% 증가, 코로나19 당시를 제외하면 2016년 2분기 이후 가장 낮을 것으로 전망됐다.
채드 모트레이 NAM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불확실성이 있는 만큼 전반적인 올해 지출 계획시 신중한 것으로 본다"고 말했고, 블룸버그이코노믹스의 엘리자 윙어도 "기업들이 새해 들어 매우 신중하다. 향후 신용 여건이 더 빡빡해질 것으로 우려한다"고 평가했다.
다만 올해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전망, 미중 갈등 상황에서 리쇼어링 움직임, 정부 인센티브, AI 투자 등은 여전히 자본 지출에 긍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UBS는 지난 2년간 미국이 전 세계 외국인직접투자(FDI)의 24%를 유치했고 1990년대 이후 보지 못했던 속도로 자본을 끌어들이고 있다고 봤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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