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전·푸틴 비판' 러 밴드, 태국서 체포…본국 추방 위기

입력 2024-01-30 11:07  

'우크라전·푸틴 비판' 러 밴드, 태국서 체포…본국 추방 위기
그간 러 당국과 갈등…무허가 공연 혐의로 여권 뺏긴 후 구금


(방콕=연합뉴스) 강종훈 특파원 =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판해온 러시아 출신 록밴드가 태국에서 체포돼 러시아로 추방될 위기에 처했다.
30일 AP와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밴드 Bi-2 멤버 7명은 태국 휴양지 푸껫에서 허가받지 않고 공연한 혐의로 지난 24일 체포돼 현재 방콕 이민국 외국인수용소에 구금돼 있다.
이들은 공연을 마친 뒤 필요 서류를 갖추지 않았다는 이유로 체포돼 각각 벌금 3천밧(약 11만원)을 내고 여권을 압수당했다.
그러나 Bi-2는 페이스북을 통해 "모든 공연은 현지 법과 관례에 맞게 진행됐다"고 주장했다.
Bi-2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판해왔으며, 리드싱어 이고르 보르트닉은 온라인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비난한 뒤 러시아 당국의 '외국 대리인'(foreign agent) 명단에 올랐다.
러시아는 다른 나라의 이익을 대변하면서 외국 자금 지원을 받는 것으로 보는 인물이나 단체에 대해 스파이를 의미하는 '외국 대리인'으로 지정한다.
자진 망명한 러시아 야권 정치인으로 Bi-2와 가까운 드미트리 구드코프는 호주 라디오 방송에서 "러시아가 멤버들을 자국으로 추방하도록 태국에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추방된 외국인은 본국으로 가게 되지만, 안전 등의 문제가 있으면 제3국으로 향할 가능성도 있다.
인권단체들은 "멤버들이 러시아로 추방되면 반체제 인사로 가혹한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하며 태국 정부가 기본적인 인권 원칙을 준수해 이들을 러시아로 보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추방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밴드 멤버들이 모두 러시아 국적은 아니며, 일부는 이스라엘과 호주 등 이중국적자인 것으로 전해졌다.
7명 중 5명이 러시아 여권을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doubl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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