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500·닛케이 고점에 소비자보호 필요"…당국 "판매중단 검토" 압박
(서울=연합뉴스) 신호경 한지훈 민선희 기자 = 주요 시중은행들이 잇따라 '주가연계증권(ELS)'을 당분간 팔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나섰다.
2021년 판매된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초 ELS의 대규모 손실이 올해 들어 현실로 드러나자, 적극적 위험 관리와 자성의 차원에서 ELS와 같은 고위험 상품의 취급을 최대한 자제하겠다는 취지다. 아울러 금융 당국의 "ELS 판매 중단 검토" 언급도 은행권을 압박하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은 이날 오후 내부 회의를 거쳐 ELS 상품 판매를 전면 중단하기로 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는 상황을 고려해 ELS 상품 판매를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며 "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지속하고, 향후 시장 안정성과 소비자 선택권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매 재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신한은행도 이날 오후 비예금상품위원회를 열어 오는 5일부터 ELS(ELT·ELF)를 취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ELS의 기초자산으로 주로 편입되는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닛케이225 등 주요 주가지수가 최근 10년간 최고점에 이르면서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능동적 관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앞서 하나은행은 29일 ELS 판매를 잠정 중단했다. 비예금상품위원회가 H지수 하락과 금융시장 변동성 등을 근거로 판매 중단을 권고했기 때문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앞으로 상황에 대한 면밀한 모니터링 후 비예금상품위원회 승인을 얻어 판매를 재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NH농협은행 역시 이미 지난해 10월 4일부터 원금 비보장형 ELS를 취급하지 않아 사실상 현재 ELS 전면 판매 정지 상태다.
우리은행의 경우 아직 ELS를 판매하고 있지만, 향후 ELS 관련 동향 등에 따라 판매 중단 상품을 늘리거나 전면 중단 결정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닛케이 고점 우려를 주시하고 있고, 향후 우려가 더 커질 경우 관련 ELS 판매 중단을 검토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은행권의 이런 결정은 무엇보다 H지수 기초 ELS의 대규모 손실 사태를 계기로 은행의 공격적 고위험 상품 판매 행태에 대한 비난이 거세졌기 때문이다.
2021년 고점 이후 H지수가 급락하면서, 올해 들어 19일까지만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에서 판매된 H지수 기초 ELS 상품에서 무려 2천296억원의 원금 손실이 확정됐다. 상품별 최고 손실률은 56.1%까지 치솟았다.
더구나 올해 전체 15조4천억원, 상반기에만 10조2천억원의 H지수 ELS의 만기가 도래하는 만큼, 현재 손실률 추세가 이어진다면 손실액은 6조∼7조원에 이를 수도 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29일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은행에서 ELS를 판매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는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지적에 "금융감독원의 검사 결과가 나오면 관련 제도 개선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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