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에 별 차질 없기 때문에 시장 냉정한 상태 유지
미국 한파·높은 성장률은 상승요인, 풍부한 물량은 하락 요인
(서울=연합뉴스) 주종국 기자 = 최근 수개월간 국제유가는 일반의 예상과는 다소 다른 방향으로 움직였다.
하마스의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 이후 잠시 오르던 유가는 이내 내림세로 돌아섰고, 지정학적 위기 영향이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가 싶더니 올해 들어서는 다시 몇주 사이 올랐다. 또 29일(이하 현지시간)에는 후티 반군의 새로운 공격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큰 폭으로 하락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국제 석유 시장의 예상치 못한 등락을 가져온 요인을 분석했다.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지난주 6% 이상 상승해 26일 배럴당 83.55달러에 거래됐다. 작년 11월 초 이후 최고치다.
이는 미국 전역에 한파가 몰아치면서 노스다코타와 텍사스 지역 유전이 생산을 하지 못한 영향이 크다. 1월 셋째 주 미국의 원유 생산량은 하루 약 100만 배럴 감소했다. 일평균 생산량의 약 7.5%에 달하는 양이다.
4분기 미국 경제성장률이 연율 3.3%로 나온 것도 유가 상승 요인이다. 전문가 예상치 2%보다 높아 에너지 수요가 늘 것이라는 전망을 불러왔다.
유가 상승에 베팅하는 투자자가 늘어난 것도 유가를 더 밀어 올렸다. 추세를 따르는 트레이더들이 많기 때문에 유가는 폭탄 돌리기 식으로 점점 더 상승해야 시장 참가자 대부분이 손해를 안 본다.
하지만 단기적 급등을 따라 투자했다가 돈을 잃는 일이 최근에는 많았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러시아 수출에 대한 서방국들의 제재,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등이 모두 유가 상승세를 오래 지속시키지는 못했다.
유나이티드 ICAP의 스콧 셸턴 에너지 애널리스트는 "지난 2년은 트레이더들에게 최악의 시절이었다"면서 "지정학적 상황에 따라 석유에 투자할 때마다 손해를 봤다"고 말했다.
가장 최근에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유가가 오름세를 보였지만 이 역시 오래가지 않았다.
지난주 이전까지 6주 동안 브렌트유 선물은 대체로 70달러 선을 유지했는데, 이는 하마스가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을 공격하기 전보다도 훨씬 낮은 수준이다. 홍해에서 민간 화물선에 대한 후티 반군의 공격과 유조선 화재 등이 유가를 올리는 데 별 영향을 주지 못한 셈이다.
JP 모건 분석가들은 최근 석유 가격에 지정학적 위험 프리미엄이 붙어있지 않다고 봤다.
공급에 별 차질이 없기 때문에 시장이 냉정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맥쿼리의 글로벌 에너지 전략가인 비카스 드위베디는 후티 반군의 공격으로 인한 피해가 적다는 점을 고려하면 후티의 공격은 목표물을 제거하기보다는 교통을 방해하는 데 더 관심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시장의 원유 과잉은 유가 상승을 제한하는 요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미국, 브라질, 가이아나를 포함한 비OPEC 국가에서 석유 생산이 많아 지난해 유가를 억제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면서 2024년에는 생산 증가율이 수요 증가율을 초과할 것으로 예상했다.
sat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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