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총리 "EU법 위반", 야당 "우리 국민을 개처럼 취급"
(로마=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헝가리에 구금된 이탈리아 국민이 손과 발에 쇠사슬이 묶인 채로 현지 법정에 출두하는 장면이 공개돼 양국간 외교 마찰로 번지고 있다.
30일(현지시간) 일간지 코리에레 델라 세라에 따르면 이탈리아 국민인 일라리아 살리스(39)는 전날 쇠사슬 포승줄에 묶인 채 헝가리 부다페스트 법정에 섰다.
밀라노의 초등학교 교사이자 반파시스트 단체의 일원인 그는 지난해 2월 헝가리의 신나치 단체 회원 2명을 공격한 혐의로 기소됐다.
살리스는 법정에서 무죄를 주장했지만 헝가리 검찰은 징역 11년 형을 구형했다.
이와 관련해 이탈리아 외무부는 전날 헝가리 대사를 초치해 강력하게 항의했다.
헝가리 주재 이탈리아 대사도 헝가리 당국과 접촉해 유감의 뜻을 전하고 자국민에 대한 처우 개선을 요구했다.
안토니오 타야니 부총리 겸 외무장관은 이날 라디오 인터뷰에서 "살리스가 유럽연합(EU)법에 규정된 권리를 존중받을 수 있도록 헝가리 정부에 모니터링과 개입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은 정도가 너무 심했다"며 "EU 법을 위반한 것은 물론 우리의 사법 문화와도 맞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카를로 노르디오 법무부 장관은 "정부는 살리스가 처한 가혹한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야권은 조르자 멜로니 총리가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와의 친분 때문에 이번 사건을 묵인한다며 화살을 겨눴다.
좌파 포퓰리즘 정당인 오성운동(M5S)의 주세페 콘테 대표는 "멜로니 총리는 오르반이 친구라는 사실에 구애받지 말고 최대한의 결단력으로 행동하고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며 "정치적 친구와 동맹국은 이탈리아인의 권리, 존엄성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야당인 '비바 이탈리아'를 이끄는 마테오 렌치 전 총리는 "헝가리가 이탈리아 국민을 개처럼 취급했다"며 "멜로니는 즉각 오르반에게 전화하라"고 촉구했다.
changyo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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