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방위 대화도 재개"…실세 왕세자·미 상원의원들 회동
"왕세자, 여전히 美와 협력 원해…관건은 '팔 국가 건설' 조건"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사우디아라비아가 작년 10월 7월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 이후 중단했던 미국과의 방위 대화를 재개하고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를 논의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룸버그가 인용한 익명의 소식통에 따르면 이번 달 초 사우디의 실권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미국 상원의원들이 사우디에서 만나 방위 대화 재개와 사우디-이스라엘간 관계 정상화에 대해 논의했다.
가자지구 전쟁 전에는 사우디가 작년 3월 이란과 외교관계를 복원한 뒤, 미국의 중재로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 작업이 급물살을 탔다.
양국 수교는 중동 데탕트(긴장 완화)를 추구하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핵심 목표 중 하나였다.
2020년 미국의 중재로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모로코 등과 '아브라함 협약'을 맺고 관계를 정상화한 이스라엘은 이슬람 수니파 종주국 사우디와의 수교가 협약의 확장에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가자지구 전쟁이라는 돌발변수가 등장하면서 사우디와 이스라엘의 수교를 위한 방정식이 복잡해졌다는 평가가 나왔다.
소식통에 따르면 사우디는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 협상 조건을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 건설이라고 표명해왔고, 이것이 협상의 주요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 등 국제사회는 현재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서로 주권을 인정하는 별개의 독립 국가로 평화롭게 공존하는 것을 칭하는 '두 국가 해법'에 기반한 종전 구상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두 국가 해법'에 계속 반대해왔다.
이에 더해 이스라엘과의 관계 정상화 협상에는 다른 아랍·무슬림 국가들이 반발하고 있어 사우디가 신중하게 접근할 수밖에 없다는 관측이 나온다.
현재 사우디는 모든 합의를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을 조건으로 하고, 가자지구에서 휴전을 촉구하는 동시에 전후 시나리오와 관련해서 미국과 협력하는 방식으로 모든 당사자에게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진단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이스라엘이 하마스를 계속 공격하고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이 사망하는 것에 대해 아랍 국가들이 분노하고 있지만, 무함마드 왕세자는 여전히 미국과 협력하기를 원한다고 한다.
무함마드 왕세자는 무엇보다 미국과의 방위 관계를 회복하고 강화하는 데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무함마드 왕세자의 주도 아래 석유 일변도의 경제를 다변화하려는 계획을 추진 중인 사우디는 대기업과 투자자, 관광객들을 끌어와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주변 지역에서 분쟁이 벌어지고 있더라도 사우디는 안전한 곳이라는 점을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중동에서 이란이 하마스와 후티 반군 등 자국의 지원을 받는 이른바 '저항의 축'을 동원한 방식이 사우디 지도부에 이란의 위협을 상기시켰고, 이에 미국과의 협력이 중요해졌다는 분석이다.
미 싱크탱크 민주주의수호재단의 마크 두보위츠 대표는 사우디가 자국의 방위와 미국과의 안보 관계에 있어 다른 실행 가능한 대안이 없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두보위츠 대표는 현재 사우디가 모든 미국 당국자에게 보내는 메시지는 "우리는 미국이 필요하고 미국도 우리가 필요하다"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dy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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