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마좌절' 모랄레스 전 대통령 지지자 열흘째 도로봉쇄 시위
아르세 대통령과 반목 이어져…내년 대선까지 혼란 전망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남미 볼리비아에서 에보 모랄레스 전 대통령 대선(2025년) 출마 좌절에 반발하는 지지자들의 주요 도로 봉쇄가 열흘째 이어지면서 연료와 식량 운송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31일(현지시간) 볼리비아 경찰 소셜미디어와 생산개발부 보도자료 등을 종합하면 모랄레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지난 22일께부터 이 나라 인구 3번째 규모 도시인 코차밤바를 중심으로 돌과 통나무 등으로 도로를 차단한 채 시위를 계속 벌이고 있다.
애초 비교적 소규모로 출발한 시위는 날이 갈수록 그 세력을 불렸고, 봉쇄 지역도 8곳에서 20여곳까지 늘었다.
특히 코차밤바는, 경제와 자원이 집중된 산타크루스와 수도 라파스로 이어지는 길목에 있다 보니, 도로 봉쇄 이후 이 지역의 식량과 연료난이 현실화하고 있다고 볼리비아 정부는 밝혔다.
경제적 손실도 눈덩이처럼 불어나 지금까지 6억 달러(8천억원 상당) 피해를 봤다고 정부 당국은 추산했다.
볼리비아 정부는 급한 대로 이 나라 주 식량 중 하나인 닭고기를 항공편으로 실어 날랐다. 다만, 운송비 문제로 닭고기 소비자 가격이 20%가량 상승하는 것까지 막지는 못했다고 엘데베르 등 현지 매체는 보도했다.
일부 지역에서는 주유소에 차량 행렬이 길게 늘어서기도 했다.
네스토르 우앙카 생산개발부 장관은 전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양돈 농가를 비롯한 축산 분야에서는 사료 조달이 어렵다는 문제가 제기됐다"면서 "재고량이 관련 수요를 맞출 수 있는 수준이라는 보고를 받았고, 우선순위를 정해 부족한 물품 공급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29일 볼리비아 헌법재판소는 기한 없는 대통령 연임을 합헌이라고 해석한 2017년의 판단을 뒤집고, 연임 여부와 관련 없이 2차례까지 임기를 수행할 수 있다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과거 14년간 장기 집권했던 모랄레스 전 대통령의 차기 대선 출마는 불가능해졌다.
2025년 다시 한번 대권에 도전하려는 의지를 보였던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헌재 결정 이후 "우리 형제자매의 투쟁은 계속될 것"이라고 독려하며 지지자들의 시위를 촉발했다.
중남미 대표적 좌파 지도자인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특히 같은 당(사회주의운동·MAS) 출신 루이스 아르세 현 대통령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아르세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완전히 갈라선 뒤 계파를 결집해 당내 헤게모니를 잡은 모랄레스 전 대통령은 "우경화한 아르세 대통령이 사법적 박해로 더러운 전쟁을 획책한다"고 힐난한 바 있다.
전·현직 대통령과 그 지지자 간 반목이 심화하는 가운데 볼리비아 내 사회 혼란은 내년 대선 전후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마리아 넬라 프라다 장관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현 정부가 우파 야당과 협력하고 있다는 모랄레스 전 대통령 측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며 "아르세 대통령을 흔들기 위해 부정적 여론을 형성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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