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다·알리바바 등 신년회 규모 축소…'큰 메시지' 대신 '현실' 언급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중국이 경기 회복에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주요 중국 기업들이 춘제(春節·중국의 설)를 앞두고 열어온 신년회 규모도 축소하고 있다.
2일 싱가포르 매체 연합조보 등에 따르면 텐센트(騰迅·텅쉰), 알리바바 등 중국 대기업들이 올해는 연례 신년회를 간소하게 치르고 있다.
중국 매체 매일인물은 올해 대기업 신년회 추세에 대해 "신년회는 워크숍으로 축소되고, 워크숍은 홈파티로 축소되며, 홈파티는 한 끼 식사로 축소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대기업 신년회는 그간 경영자들의 야심 찬 구호와 함께 대형 무대와 공연까지 곁들여져 화려함을 자랑했다.
가령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은 2017년 신년회에서 "앞으로 19년 뒤 세계 5대 기업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자신감을 드러냈고, 최근 부동산시장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완다그룹의 왕젠린 회장은 2018년 신년회만 해도 "몇 년만 지나면 완다의 임대 수입이 1천억위안(약 18조7천억원)이 될 것"이라고 장담했었다.
완다그룹은 중국중앙TV(CCTV) 부감독급 제작진을 섭외하고 왕젠린이 직접 노래 공연을 하는 등 해마다 '호화 신년회'로 유명했고, 알리바바는 2019년 항저우의 8만석 규모 공연장을 가득 채운 신년회를 연 바 있다. 마윈은 당시 직원들과 결성한 록밴드의 일원으로 직접 공연도 했다.
'재물의 신'(財神)으로 분장한 샤오미 창업자 레이쥔이나 황금 갑옷을 두른 바이두 창업자 리옌훙 등 지난 10여년은 기업인들이 경쟁이라도 하듯 신년회의 스케일을 키웠다.
그러나 경제 둔화가 이어지는 요즘에는 대기업 총수들이 더는 인공지능(AI)이나 메타버스 같은 '큰 주제'를 꺼내지 않고 허장성세도 없어졌다. 회사의 '현실 문제'를 언급하는 경영자도 늘고 있다.
얼마 전 열린 텐센트 신년회에서 창업자 마화텅은 35분 동안 회사가 직면한 도전에 관해 이야기했다.
마화텅은 예전 신년회에서는 선글라스와 커다란 금목걸이를 착용하고 등장해 눈길을 끌었지만, 올해는 '소박'한 붉은색 스웨터만 입었다. 몇몇 네티즌은 이 스웨터가 온라인쇼핑몰에서 79.99위안(약 1만5천원)에 팔리는 물건이라며 놀라워하기도 했다.
틱톡(TikTok) 개발사 바이트댄스의 최고경영자(CEO) 량루포는 최근 신년회 자리에서 "회사가 평범한 조직이 돼가고 있다"고 말하며 임직원의 각성을 촉구하기도 했다.
모바일게임 '원신'의 제작사 미호요는 2021년 신년회에서 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 5나 닌텐도 스위치, 고가의 그래픽카드, 아이폰 등을 직원 경품으로 내걸어 화제가 됐지만 이제 수만위안을 호가하던 경품도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경품이 4위안(약 740원)짜리 복권과 '반차'로 바뀐 회사가 있는가 하면, 일부 기업 경영진은 직원에게 술값과 밥값 등 행사 비용을 분담하게 하기도 했다.
연합조보는 "경기 회복세가 미약하고 국내 경쟁이 격화하면서 민영기업이든 국유기업이든 모두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고, 대기업의 임금 인하 소식도 수시로 나오고 있다"며 "수익이 계속 감소하니 호화로운 신년회는 자연히 개최할 수 없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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