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데즈딘 지지 서명에 사망자 이름 포함"…내주 선관위 소환 조사
(서울=연합뉴스) 임지우 기자 = 올해 러시아 대선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유일한 '대항마'로 출사표를 던졌던 야권 정치인 보리스 나데즈딘(60)이 출마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
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러시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나데즈딘이 제출한 지지 서명에 이미 사망한 사람의 이름이 포함된 오류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선관위는 오는 5일 나데즈딘을 소환해 해당 오류를 검토할 예정이다.
원외 정당인 시민발의당 소속인 나데즈딘은 러시아 선거법에 따라 유권자 10만명 이상의 지지 서명을 선관위에 제출해야 후보 등록이 가능하다.
이날 러시아 국영 통신 타스에 따르면 니콜라이 불라예프 선관위 부위원장은 "(나데즈딘이 지난 달 31일 제출한 서명에는) 놀랄만한 오류들이 있었다. 더 이상 살아있지 않은 사람 수십명이 서명한 것을 보면, 서명을 수집한 주체 등 윤리적 규범의 순수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이어 "어느 정도까지는 후보자가 직접적으로 이에 관여했다"고 밝혔다.
선관위가 비록 나데즈딘의 출마 자격을 즉각 박탈하진 않았으나 이번 발표로 추후 나데즈딘을 대선 후보 명단에서 뺄 가능성을 내비쳤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1999∼2003년 러시아 하원(국가두마) 의원을 지내기도 한 나데즈딘은 이번 대선 도전자 중 사실상 유일하게 현 정부 정책에 비판적인 입장을 보여 주목받은 인물이다.
그는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특별 군사작전'에 대한 결정을 비판해왔으며 자신이 3월 대선에서 당선되면 특별군사작전을 끝내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또 현재 투옥 중인 러시아의 정치범들을 석방하고 싶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
러시아 독립 정치분석기관 R.폴리티크 대표 테탸나 스타노바야는 당초 크렘린궁이 나데즈딘이 후보 등록을 위한 지지 서명 수집을 할 수 있게 둔 이유는 그가 10만명의 서명을 모으는 것에 실패할 것이라 예측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수감 중인 야권 지도자 알렉세이 나발니 캠프에서 나데즈딘 지지 의사를 밝힌 데 이어 그가 우크라이나전 징집병의 아내들을 만나고 해외 도피한 러시아 내 반전 인사들과도 접촉을 시도하자 점점 더 그의 출마가 크렘린궁에 정치적으로 '당혹스러운' 일이 되어버렸다고 스타노바야는 짚었다.
앞서 러시아 선관위는 다른 반정부 성향의 정치인 예카테리나 둔초바에 대해서도 제출 서류 오류를 이유로 대선 후보 등록을 거부하기도 했다.
다만 나데즈딘이 후보로 등록된다고 하더라도 이번 선거에서 5선 당선이 유력한 푸틴 대통령의 적수가 되기는 힘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러시아 독립 여론조사 기관 레바다센터는 최근 나데즈딘의 여론조사 지지율은 한자릿수 수준이며 그가 본선에 출마해도 득표율은 2%에서 최대 4% 정도에 머물 것이라고 분석했다.
wisefoo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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