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중앙은행 총재 돌연 사임…'부친 비선실세' 파문

입력 2024-02-03 09:59  

튀르키예 중앙은행 총재 돌연 사임…'부친 비선실세' 파문
'인플레이션과 전쟁' 주도하던 첫 여성 총재, 8개월만에 낙마
'부친, 중앙은행 인사 관여' 의혹에 "가족 보호하려 사의"


(서울=연합뉴스) 신유리 기자 = 튀르키예 중앙은행 총재가 2일(현지시간) 돌연 사임했다. '인플레이션과 전쟁'을 주도한 지 8개월 만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된 것이다.
로이터,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하피즈 가예 에르칸 총재는 이날 소셜미디어 X(엑스·옛 트위터)에 "가족을 보호하기 위해" 사의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그의 사퇴 소식은 그가 튀르키예의 첫 여성 중앙은행 총재로 임명돼 기준 금리를 끌어올리며 '인플레이션과 전쟁'을 진두지휘해온 지 약 8개월 만에 전해졌다.
그는 "최근 저의 명예를 훼손하려는 선동이 조직됐다"면서 "이에 따라 생후 1년 6개월된 아이를 포함해 제 가족이 영향을 받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해" 이같은 결정을 내렸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깜짝 발표는 에르칸 총재의 친부가 중앙은행의 '비선 실세'라는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나온 것이다.
지난달 현지 매체는 에르칸의 친부에 의해 부당하게 해고됐다고 주장한 한 중앙은행 직원의 폭로를 보도했다.
또한 에르칸의 친부가 중앙은행 안에 집무실과 관용 차랑을 이용하기도 했다는 논란도 퍼졌다.당시 에르칸 총재는 "사실 무근"이라고 반박했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 또한 이는 소문일 뿐이라고 일축하며 에르칸 총재에 대한 지지를 고수했다.
에르칸 총재가 갑작스레 사임하면서 그가 주도해온 '인플레이션과 전쟁'에도 영향이 불가피하게 됐다.
에르칸은 골드만삭스 등을 거친 미국 월가 출신 금융인으로, 지난해 6월 튀르키예 첫 여성 중앙은행 총재로 임명되면서 에르도안 정부의 골칫거리로 꼽혀온 살인적 인플레이션에 맞설 구원투수로 주목 받았다.
실제로 에르칸 재임 기간 튀르키예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8.5%에서 45%까지 끌어올리며 사실상 저금리 정책을 폐기했다.
튀르키예 당국은 에크란 사임 이후에도 이같은 통화 정책 기조를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에르칸 후임으로는 그간 부총재로 있었던 파티 카라한이 즉각 임명됐다.
카라한은 미국 뉴욕 연방준비은행 이코노미스트 출신으로, 지난해 7월 부총재로 임명돼 긴축 정책에 관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newglass@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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