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왕족' 11명뿐인데 절반이 75세 이상
고령화·인원부족…10년새 행사 참석 40% 감소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찰스 3세 국왕 등 영국 왕실을 구성하는 핵심 인사들이 연달아 병원 신세를 지면서 왕실의 '노동력 부족' 현상이 부각되고 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CNN 방송이 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영국 왕실에서 대외활동을 앞장서서 책임지던 3인은 현재 외부 활동이 없는 상태다.
찰스 3세 국왕은 지난달 병원에서 전립선 비대증 치료를 받은 후 몇 주간 외부 활동을 중단하고 요양 중이다.
왕세자 윌리엄의 부인 케이트 왕세자빈도 지난달 복부 수술을 받은 후 회복 중이고, 왕세자도 아내와 세 자녀를 돌보느라 행사에 나오지 않고 있다.
영국에서는 왕실이 개막식과 기금모금행사, 메달 시상식 등 매년 수천건의 행사에 참석하는 것을 이어가야 할 전통으로 여긴다.
그런데 '일하는 왕족'이 줄고 있는 상황에서 국왕과 왕세자, 왕세자빈이 한꺼번에 활동을 멈추자 왕실 인원 부족 문제가 다시 조명된 것이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생존했던 10년 전에는 왕실을 대표해 전국에 파견될 수 있는 '일하는 왕족'이 15명이었으나 현재는 11명으로 줄었다.
여왕과 남편인 필립공이 사망했고, 찰스 3세 국왕의 동생인 앤드루 왕자는 억만장자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타인과 연루된 미성년자 성폭력 의혹이 불거진 2020년 이후 모든 왕실 직무에서 물러났다.
국왕의 둘째 아들인 해리 왕자도 미국 배우 메건 마클과 결혼한 후 왕실 가족들과 불화 끝에 왕실 업무에서 완전히 손을 떼고 미국으로 이주했다.
남은 11명의 왕족은 왕과 커밀라 왕비, 왕세자와 왕세자빈, 국왕의 형제자매인 앤 공주, 에드워드 왕자, 에드워드의 부인인 소피 에든버러 공작부인, 글로스터 공작 부부, 켄트 공작 부부다.
이들 중 절반 이상은 75세 이상으로 고령화도 두드러진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사촌인 켄트 공작은 88세이고 찰스 3세는 75세다.
반면, 윌리엄 왕세자의 장남 조지 왕세손은 10살, 장녀 샬럿 공주는 8살이어서 이들이 행사에 참석하기까지는 10년 이상 걸린 것이라고 왕실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영국의 싱크탱크 시비타스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왕실이 매년 자국에서 수행하는 행사 건수는 약 40% 감소해 현재 2천건이 조금 넘는 상태다.
엘리자베스 여왕은 1979년 한 해 동안 행사에 932번 참석한 바 있다.
역사학자 케이트 윌리엄스는 "행사에 참석할 왕족이 적고 사실상 모든 것은 윌리엄과 케이트, 에드워드, 소피에 달렸는데 그들 중 한명 이상이 활동을 멈춘다면 왕실에 큰 타격을 주게 된다"고 말했다.
짐 메코날로그 시비타스 대표는 "1990년대 초반에 보였던 활동 정도로 돌아가려면 일하는 새로운 왕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왕실의 행사 참석이 대단한 업무가 아니라는 반응도 나왔다.
왕실 폐지 운동을 하는 단체 '리퍼블릭'의 그레이엄 스미스 대표는 대부분의 방문 행사는 1시간이 채 걸리지 않고, 공식적인 활동에는 극장 관람, 영화 시사회, 스포츠 관람 등이 포함된다면서 "그들이 참석하는 것만큼 많은 일을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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