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이란으로 넘어가"…이란, 원흉으로 이스라엘 지목하며 차분 대응
이-하마스 인질 협상이 관건…"이란인 사망하면 상항 급변할 듯"
(서울=연합뉴스) 신재우 기자 = 미국이 중동 주둔 미군 사망에 대한 보복 공격을 단행했으나, 친이란 무장세력의 미군 공격을 완전히 억제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보복 공격으로 일시적으로는 중동 내 친이란 세력의 도발을 멈출 수 있겠지만, 이란과 그 대리세력들이 '중동에서 미군을 축출하겠다'는 장기 목표를 갖고 움직이는 만큼 완전한 억지력 확보는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3일(현지시간)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미국의 보복으로 중동 정세의 주도권이 이란으로 급격하게 넘어갔다고 분석했다.
NYT는 미국에서는 이란이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미국과의 전쟁을 선택하는 대신 긴장 완화를 선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나, 레바논의 헤즈볼라나 예멘의 후티반군 등 친이란 세력도 그런 결정을 할지는 확실치 않다고 진단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이번 폭격으로 어떤 반응이 나오든 미국과 이스라엘을 향한 이란 연계 세력들의 추가 공격을 막을 수는 없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전문가와 당국자들도 가자지구 휴전을 성사하는 것이 공격 차단에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판단한다고 전했다.
일단 이란의 반응은 예상만큼 강력하지는 않다.
나세르 칸아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보복 공격이 단행된 후 하루가 지난 시점에 성명을 내고 "미국의 이라크 및 시리아 공격은 역내 긴장과 불안을 키우는 또 다른 모험이자 전략적 실수"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이 지역의 긴장과 위기의 뿌리는 이스라엘의 점령과 미국의 제한 없는 지원을 바탕으로 한 이스라엘 정권의 가자 전쟁 지속"이라며 미국 자체보다는 가자지구 전쟁을 원흉으로 지목했다.
미국과의 직접적인 군사 대결을 원치 않는다는 이란의 기존 입장이 반영된 반응으로 분석된다.
WSJ에 따르면, 이란 관리들은 앞서 이라크 내 친이란 민병대가 드론 공격으로 요르단 주둔 미군 3명을 사살하자 '도를 넘은 공격이었다'는 점을 경고하기 위해 이라크를 직접 방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국 영토가 공격당한 시리아는 "노골적인 공중 공격", 이라크는 "이라크와 지역을 예상치 못한 결과로 몰아넣을 위협"이라고 각각 미국을 비판했다.
하지만 요르단 미군기지를 공격했던 이라크 내 친이란 무장세력인 카타이브 헤즈볼라는 더 이상 미군을 공격하지 않겠다고 발표해 이란과 이라크로부터 강한 압력을 받았음을 시사했다.
전문가들은 현재 미국과 이집트, 카타르가 중재하고 있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휴전 및 인질 석방 협상이 타결될 경우 미군에 대한 공격이 확실히 줄어들고, 중동 확전 우려도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예멘의 후티 반군, 레바논의 헤즈볼라, 이라크의 카타이브 헤즈볼라 등 친이란 세력의 미군 공격은 작년 11월 인질·수감자 교환을 위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첫 휴전 기간에는 중단됐다.
현재 양측은 5∼6주간의 휴전을 시작으로 하는 단계적 휴전안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완전한 승리를 달성할 때까지 군대를 철수하지 않겠다는 입장이고, 하마스는 종전을 전제하지 않는 일시휴전에는 서명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어서 갈 길이 먼 상황이다.
이스라엘군의 철수를 바라는 친이란 세력은 휴전 협상이 타결되지 않으면 미군과 이스라엘을 겨냥한 도발을 계속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이란과의 전쟁을 피하기 위해 제한된 보복에 나섰지만, 이란이 며칠간 이어지는 미국의 보복 공격 속에서 미국과의 직접 대결을 선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는 없다.
미국도 상황에 따라 이란 내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를 직접 공격 목표로 삼거나 이란 경제 제재 수위를 더욱 높이고, 이란 보안 인프라를 파괴하는 사이버 작전을 수행할 수도 있다.
미국 해군대학원 아프숀 오스토바르 부교수는 "이란은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많은 사상자가 발생하는 것을 견딜 수 있고, 대리세력의 죽음에 대응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지도 않는다"며 "하지만 이란인들이 죽는다면 문제가 달라진다"고 관측했다.
그는 이란의 장기적 목표는 대리세력의 도움을 받아 미국을 중동에서 몰아내는 것이라면서 이란은 가자지구 전쟁과 별개로 '장기적 진군'을 하고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조언했다.
withwit@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