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후 종신형으로 감형 가능…호주 외교장관 "끔찍한 소식"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간첩 혐의로 중국에서 체포돼 판결 없이 5년 넘게 구금 중인 중국계 호주 작가 양헝쥔 박사가 중국 베이징 법원으로부터 사형과 함께 2년간의 집행 유예를 선고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5일(현지시간) 호주 AAP 통신 등에 따르면 양 박사의 동료인 펑충이 시드니 공과대학 교수는 이날 중국 법원이 그에게 사형을 언도한 뒤 2년간 집행 유예 판결을 했으며 이를 그의 가족에게 전달했다고 밝혔다.
펑 교수는 이번 판결에 따라 2년 동안 양 박사에 대한 사형 집행이 유예되며 그사이 다른 범죄를 저지르지 않으면 종신형으로 감형된다고 전했다. 또 이를 들은 양 박사의 가족이 큰 충격을 받았다고 덧붙였다.
양 박사는 2019년 1월 중국 광저우 공항에서 체포됐고, 그해 8월 간첩 혐의로 기소됐지만 지금까지 선고 없이 5년 넘게 구금돼 있었다. 그에 대한 재판은 모두 비공개로 진행되다 이날 갑작스럽게 사형과 2년간의 집행 유예를 선고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 소식에 페니 웡 호주 외교부 장관도 기자들과 만나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양 박사와 그의 가족, 그를 지지해 온 모든 이에게 끔찍한 소식"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장 강력한 용어로 우리의 대응을 전달할 것"이라며 양 박사가 항소할 수 있고 호주 정부는 그의 이익과 복지를 위해 계속 도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양 박사의 가족은 그가 가족에게 보낸 편지를 공개했다.
이 편지에서 양 박사는 "조금이라도 상식과 이성이 있는 사람이라면 중국뿐 아니라 세계 모든 민족과 국가의 발전은 항상 자유로운 의견과 비판에 달려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며 "내가 쓴 모든 글은 법과 사람들의 마음, 역사의 심판을 견뎌낼 수 있으며 인민의 안녕과 국가의 부에 기여하려고 노력한 것"이라고 밝혔다.
1965년 중국 후베이성에서 태어난 양 박사는 중국 외교부·국가안전부에서 일하다 호주로 이주한 뒤 2002년 호주 시민이 됐다. 이후 호주와 미국에 머물며 스파이 소설 작가가 됐으며, 중국 민주화를 지지하는 정치평론가·활동가로도 일했다.
그러던 중 2019년 1월 가족과 함께 중국 광저우 공항에 갔다가 체포됐다.
현재 그는 신장 한쪽에 큰 물혹이 발견되는 등 건강에 이상이 있지만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있다고 양 박사의 가족은 전했다.
중국은 호주인 언론인 청레이를 3년간 수감하다 지난해 석방해 호주에서는 양 박사도 조만간 석방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샤오첸 호주 주재 중국 대사는 양 박사의 사건은 청레이와 같은 방식으로 해결될 수 없다고 말하며 기대를 꺾기도 했다.
laecorp@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