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시진핑 120여차례 강조"…31개 성·시·자치구 중 16곳, 성장률 목표 작년보다 낮춰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높이기에 집착해온 중국 지방정부들이 올해 들어 성장률 목표치를 낮추는 추세가 역력해 관심을 끌고 있다.
공산당 1당 체제 중앙집권제인 중국에서 31개 성(省)·시·자치구 고위층은 승진을 위해 경제 성장률 경쟁에 매달리는 것이 일반적이었지만 사정이 달라진 것이다.
이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최근 성장률보다는 '고품질 발전' 중요성을 역설해온 상황과 관련이 있어 보인다.
그동안 부동산과 인프라 건설에 쏟아붓는 중앙정부의 대규모 부양책을 바탕으로 지방정부가 경쟁적인 성장률 경쟁을 해왔지만, 안팎의 부정적인 여건이 겹쳐 경제적 난관이 산적한 상황에선 효율적이고 지속 가능한 고품질 발전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고품질 발전은 첨단 제조업 기반의 성장 동력 산업, 지역 균형 발전의 조화로운 개발, 오염 감소·에너지 절약 지향의 친환경 에너지 산업, 대외 무역과 외국인 직접 투자 증가에 바탕을 둔 개혁개방, 일자리 창출과 가계 소득 증가를 통한 민생 개선 등을 겨냥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최근 분석했다.
이 통신은 공개된 시 주석 연설 분석 결과 작년 한 해 동안 최소 128차례 고품질 발전을 역설했으며, 이는 2022년의 65차례와 비교할 때 2배 수준에 달했다고 전했다.
시 주석은 지난달 31일 열린 당 중앙정치국 회의에서도 이를 거론했다.
5일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은 사설을 통해 '안정적 경제 성장'보다는 '고품질 발전'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16개 지방정부가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작년보다 낮췄다고 짚었다.
실제 상하이시, 하이난·안후이·후난·후베이·허베이·구이저우·푸젠·헤이룽장·허난·산둥·윈난·장시성, 닝샤·시짱(西藏·티베트)·광시좡족자치구 등 16개 지방정부가 내달 초 연례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개최를 앞두고 성장률을 내려 잡았다.
지난해 성장률 목표치가 각각 9.5%와 9.2%였던 시짱자치구와 하이난성도 올해는 모두 8%로 낮췄다.
반관영 통신인 중국신문망에 따르면 31개 성·시·자치구 중 27개 곳의 목표치가 5∼6%인 것으로 확인됐다.
차이신은 중국 경제 회복을 촉진하려면 고품질 발전을 확고히 추진하느냐가 관건이라면서 올해 16개 지방정부가 성장률 목표치를 하향 설정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실제 작년 5.0%에서 올해 5.0% 안팎으로 GDP 성장률 목표치를 다소 낮춘 상하이시는 올해 지능형 로봇과 지능형 연결 차량용 도로 건설 등의 프로젝트에 역점을 둔다는 계획이다.
이외에 다른 성·시·자치구들은 가능하면 여타 지방정부와 겹치지 않게 특화된 분야에서 고품질 발전을 추구한다는 전략을 세웠다고 차이신은 전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 공산당과 중앙 정부는 톈진·충칭시, 랴오닝·지린·헤이룽장·구이저우·윈난·간쑤·칭하이성, 네이멍구·닝샤·광시좡족 자치구 등 부채 고위험 지역에 지방 고속도로, 민간 공항 재건축 및 확장, 도시 철도, 박물관 건설 등 신규 프로젝트 금지를 지시했다.
이들 지방정부는 과도한 부채로 채무불이행(디폴트)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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