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연립정부, 마오리족 권리 인정한 '와이탕이' 조약 재해석 움직임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뉴질랜드가 건국 기념일로 삼는 와이탕이(Waitangi)의 날을 맞아 전국적으로 현 정부의 반(反) 마오리 정책을 반대하는 시위가 벌어졌다.
6일(현지시간) 뉴질랜드 헤럴드 등에 따르면 마오리족 권익 보호 단체 회원 등 1천여명은 지난 2일 북뉴질랜드 섬 최북단 레잉가 곶에서 행진을 시작해 약 200㎞ 떨어진 테 티이 마레에 이날 도착했다.
이곳은 1840년 2월 6일 영국 왕실과 500여명의 마오리 추장 사이에 와이탕이 조약이 처음 체결된 곳으로 국경일 행사가 열리는 장소이기도 하다.
시위대는 와이탕이 조약 존중을 촉구하고 원주민들을 위한 정책들을 재검토하겠다는 현 정부 정책을 취소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우리는 아직 같은 언어를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며 전 정부의 마오리족 언어 장려 정책을 현 정부가 계승할 것을 촉구했다.
뉴질랜드 전국 주요 도시에서도 수백∼수천 명이 모여 같은 목소리를 냈다.
와이탕이 조약은 뉴질랜드의 건국 문서로 여겨진다. 이 조약에 따르면 대영제국은 마오리 원주민을 통치하지만 땅, 숲, 수산자원, 문화 등 이른바 '타옹가'(taonga·보물)로 불리는 각종 자원에 대한 마오리족 권리는 인정하는 내용이다. 영어와 마오리족 언어로 각각 쓰여 있다.
하지만 두 언어로 쓰인 조약 내용이 미묘하게 달라 여러 차례 분쟁이 벌어지고 있다.
영어 조약에서는 마오리족이 왕실에 주권을 양도한다고 나오지만, 마오리어 조약에서는 왕실에 통치권을 부여한다고 적혀있다. 또 조약에 나와 있는 '타옹가'를 놓고 어디까지를 타옹가로 봐야 하는지가 항상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때문에 뉴질랜드는 1975년 와이탕이 조약 관련 송사를 관장하는 와이탕이 재판소를 설치하기도 했다. 와이탕이 재판소의 결정은 권고 사항으로 법적 구속력은 없다.
와이탕이 조약이 다시 논란이 되는 것은 현 정부에서 와이탕이 조약을 재해석하려는 움직임 때문이다. 뉴질랜드 1당인 국민당과 연정을 구성 중인 보수당인 액트당은 와이탕이 조약이 법적으로 어떻게 해석돼야 하는지 다시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기에 보수 연합 정부가 공공 서비스에서 마오리어 공용 사용을 철회하고, 마오리족을 위한 보건국을 폐지하는 정책을 추진하면서 마오리족과 이들의 권익을 주장하는 단체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laecorp@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