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현윤경 기자 = 북한 병원들이 소아 질병과 영양실조를 치료하기 위한 의약품과 의학 지식 부족을 겪고 있다고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이 전했다.
5일 미국의 북한전문 매체 NK뉴스에 따르면 유니세프는 지난해 말 펴낸 인도주의 지원 관련 보고서에서 유니세프 북한 직원과 북한 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아동 질병과 관련한 북한의 최근 보건 상황을 이같이 평가했다.
유니세프는 유니세프 북한측 직원이 북한 9개도, 41개 행정 구역에 있는 의료 시설을 방문한 뒤 보고해온 결과를 근거로 "북한에서 아동 치료용 의약품과 백신, 의료 소모품 공급이 충분하지 않은 것을 확인했다"고 보고서에 밝혔다.
유니세프는 또한 소아 질병과 영양실조에 기본 대처하기 위한 의료진의 역량과 지식도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제롬 소바쥬 전 유엔개발계획(UNDP) 평양사무소장은 이와 관련, 북한측 직원이 의약품 등의 부족을 인정하면서 북한의 보건 상황을 긍정적으로 묘사하지 않았다면서 "북한 당국이 이번 보고서를 위해 자료 제공을 허용함으로써 이들 시설이 (해외)지원을 받길 원했을 것"이라고 NK뉴스에 말했다.
북한이 코로나19 팬데믹(유행병의 세계적 대유행)의 여파로 2020년 초반부터 국경을 엄격히 봉쇄한 탓에 해외 원조 기관 직원들은 대거 북한을 떠났다. 2021년을 마지막으로 국제 구호 기구 직원이 모조리 철수한 까닭에 유니세프와 같은 단체들은 북한의 인도주의적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북한 정부가 승인한 현지 인력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형편이다.
소바쥬 전 소장은 "북한이 많은 사례에 있어 (스스로의)결점에 대해 상당히 솔직하게 나오고 있음을 알고 있다"며 해외 파견 직원의 부재에도 불구하고 북한 정부가 제공하는 자료가 믿을만하다고 덧붙였다.
유니세프는 또한 이번 보고서에서 작년에 북한 어린이의 백신 접종에 있어 상당한 진전이 있다고 밝혔다.
유니세프는 지난해 북한 어린이와 임산부 등을 상대로 접종한 예방 백신은 소아마비, 결핵, 홍역, 파상풍 등에서 130만회분이다.
그러나, 이 같은 백신 분량은 아직 완전히 백신 접종을 하지 못한 북한 아동 75%에게 맞히기에는 부족한 양이라고 유니세프는 설명했다.
유니세프는 아울러 작년 12월과 지난 1월 사이 북한에 의약품과 의료용품 1천140만달러(약 151억원)어치와 결핵 백신, 말라리아 관련 의약품 224만달러(약 30억원) 상당을 보냈다면서, 이 같은 물량은 전년도의 715만달러(약 95억달러) 상당의 지원품에 비해 눈에 띄게 증가한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소바쥬 전 소장은 북한이 국제 구호 기관과 외국인 원조 담당 직원의 복귀를 언제 다시 허용할지 아무런 계획도 밝히지 않고 있다면서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는 "원격으로 자료를 수집하는 것은 특정한 상황에서는 받아들일 수 있지만, 현장에서 상황을 파악하는 국제기관 직원 없이 인도적 지원품을 전달하는 것이 용인될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북한 당국은 국제 구호 직원들의 입국은 계속 막고 있지만 금주 말부터 평양과 동해안의 스키 리조트에 러시아 단체 관광객을 맞으면서 팬데믹 후 처음으로 외국인 단체 관광객에게 문호를 개방한다고 NK뉴스는 전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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