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2040년 기후목표서 농업만 '쏙'…살충제 규제법도 폐기(종합)

입력 2024-02-07 01:35  

EU, 2040년 기후목표서 농업만 '쏙'…살충제 규제법도 폐기(종합)
'트랙터 시위'에 백기…집행위 "기후목표, 균형 접근 필요" 주장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유럽연합(EU)이 성난 농민들의 '트랙터 시위'에 백기를 들었다.
오는 2040년 달성하기 위한 기후 목표치에서 농업 분야의 이행 목표가 삭제됐고, 애초 강행 의사를 밝혀온 농업용 살충제 감축 의무화 법안도 폐기했다.
EU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는 6일(현지시간) 발표한 2040년 기후 중간목표 관련 통신문에서 오는 2040년까지 EU 전역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1990년 대비 90% 감축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애초 언론에 유출된 초안과 달리 농업 분야 감축 목표치는 사실상 통째로 삭제된 것으로 나타났다.
초안에는 EU의 전체 기후 목표 달성을 위해 농업 분야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5년 대비 30% 감축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고 로이터 통신은 짚었다.
웝크 훅스트라 EU 기후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에서 열린 유럽의회 연설에서 "시민 대다수는 기후변화의 영향으로부터 보호받기를 원하지만, 자신들의 생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걱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균형 잡힌 접근 방식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는 유럽 각지에서 농민들이 EU의 환경규제 등에 항의하며 격렬한 시위를 벌이고 있는 상황에 따른 판단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집행위는 앞서 이날 오전에는 2030년까지 살충제 사용 50% 감축을 골자로 한 '지속 가능한 살충제 사용 규제'(Sustainable Use of pesticide regulation·이하 SUR)도 철회하겠다고 전격으로 발표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SUR의 입법 절차가 교착 상태인 점을 언급하며 사실상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말했다.
EU는 최근 농민들의 휴경 의무 규정을 올 한해 한시적으로 면제해주겠다고 하는가 하면 우크라이나산 상품에 대한 '세이프가드' 도입도 결정했다.
집행위가 농민들을 달랠 대책을 잇달아 내놓는 것은 오는 6월 유럽의회 선거를 앞둔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유럽 각국에서 농민 지지를 등에 업은 '극우 돌풍'이 유럽의회 선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집행위는 이날 통신문에서 2040년 기후 목표 달성을 위해 전체 화석연료 사용을 80%까지 줄이고 그 빈자리를 신재생 에너지, 원자력 등으로 채우는 목표를 제시했다.
아울러 별도로 발표한 '산업 탄소 관리 방안' 제목의 통신문을 통해 2050년까지 수억t의 이산화탄소 포집·저장 달성을 위한 구상도 소개했다.
그러나 집행위의 통신문은 단순히 집행위 구상을 담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문서다.
이에 2040년까지 온실가스 90% 감축이라는 야심 찬 목표가 최종 확정되기까지 격렬한 정치적 논쟁이 오갈 것으로 외신은 내다봤다.
현 집행부 임기가 오는 10월 말부로 끝나는 가운데 6월 선거 결과 우파 세력이 득세할 경우 기후정책 추진 과정에서 험로가 예상된다.
shin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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