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 신념 얘기하고 때려"…피해자는 '뮌헨테러' 희생자 손자
(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독일 베를린 시내에서 유대인 혐오 범죄로 추정되는 구타 사건이 발생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피해자가 다니는 대학 내에서 반유대주의가 횡행한다는 주장이 함께 불거져 나오면서 대학의 미온적 태도도 도마에 올랐다.
경찰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 2일 오후 11시30분께(현지시간) 베를린 북쪽 브루넨슈트라세에서 발생했다.
여자친구와 술집에서 나와 걷고 있던 베를린자유대(FU) 학생 라하브 샤피라(30)가 같은 대학 학생에게 구타당해 안면골절로 병원 응급실에 실려갔다.
경찰은 애초 두 사람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갈등 문제로 언쟁을 벌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건을 목격한 피해자의 여자친구는 언론 인터뷰에서 "가해자가 술집에서 따라 나와 자신의 정치적 신념을 얘기한 뒤 얼굴을 때렸다"고 반박했다.
말다툼도 없었고 우발적 폭행이 아니라 얼굴을 알고 있던 샤피라를 술집에서부터 노렸다는 얘기다.
사건 당사자들이 다니는 FU에서 지난해 12월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학생들이 강의실을 점거한 채 반(反)이스라엘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인 사실도 뒤늦게 알려졌다.
교내에서 반유대주의를 비판하는 활동을 해온 샤피라도 이들에게 가로막혀 강의실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밝혔다.
독일 사회는 유대인을 겨냥한 혐오범죄로 사실상 규정하는 분위기다.
샤피라가 1972년 9월 뮌헨올림픽 당시 팔레스타인 '검은 9월단'의 테러에 희생된 이스라엘 육상대표팀 아미추르 샤피라의 손자라는 점도 여론을 자극하고 있다.
이스라엘 N12 방송은 샤피라가 입원 중인 베를린의 병원을 찾아가 인터뷰하기도 했다.
불똥은 대학으로 튀었다.
유대인 사회는 교내에서 벌어진 갈등으로 학생이 한밤중 길거리에서 구타당할 때까지 뭘 했느냐며 따지고 있다.
FU는 "우리는 개방과 관용의 편에 서 있으며 어떤 형태의 선동과 폭력에도 거리를 두고 있다"는 건조한 내용의 입장을 냈다.
그러자 유대인학생연합은 귄터 치글러 총장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대학이 몇 개월 동안 반유대주의자들에 대해 개방과 관용의 입장을 견지했다. 그들은 아직도 캠퍼스에서 증오를 퍼뜨리고 있다"고 꼬집었다.
FU는 5일 성명을 내고 "가해자가 본교 학생으로 확인되면 즉시 가능한 법적 조치를 검토하고 필요에 따라 출입금지 조치를 하겠다"며 "캠퍼스에서 유대인 학생이 위협받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dada@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