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중동서 후티 폭격 美, 北 공격 안한다고 장담할 수 있나"(종합2보)

입력 2024-02-07 18:45  

러 "중동서 후티 폭격 美, 北 공격 안한다고 장담할 수 있나"(종합2보)
주북 러대사 타스통신 인터뷰…"미국 모험주의로 인해 한반도 상황 우려"
"北, 전쟁 추구 안하지만 전적으로 미국에 달려…7차 핵실험 가능성도"
美 탓 하며 北 핵무장·도발 '두둔'…"남북한 통일 시기 지났다는 게 北 생각"
"북러, 상호관광 활성화 등 푸틴 방북시 서명할 합의문 준비 중"


(서울=연합뉴스) 서혜림 이도연 기자 = 알렉산드르 마체고라 주북 러시아 대사는 미국이 역내에서 도발적인 움직임을 지속해 나간다면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감행하는 결정을 할지도 모른다고 밝혔다고 러시아 타스통신이 7일 보도했다.
그는 또 북한이 전쟁을 추구하지 않지만, 전쟁 여부는 미국에 전적으로 달려 있다고도 했다.
지난해 9월 북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우크라이나 전쟁에 필요한 무기 지원 등과 맞물려 북한과 밀착 행보를 가속하는 러시아 측이 거친 언사로 미국에 그 책임을 전가하며 북한의 핵무장·도발을 두둔하는 모습이다.
마체고라 대사는 러시아 타스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서방 국가들 및 유엔 사무국 당국자들은 여기(북한)에서 제7차 핵실험을 위한 준비가 진행되고 있는지에 대해 선험적으로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추가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서방의 주장에 대해 순전한 "추측"이라고 일축하면서도 "나는 북한에서 추가 핵실험이 이뤄질지 여부는 한반도에서의 군사·정치적 상황이 어떻게 펼쳐지느냐에 달렸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미 간 확장 억제 또는 북한(DPRK)을 향한 다른 도발적 조치들이 계속된다면, 또는 미 공군의 전략 폭격기가 한반도 상공을 계속 날아다닌다면 북한 지도부가 자국의 방위력 추가 증강을 위해 신규 핵실험을 하기로 결정하는 편이 낫다"고 했다.
마체고라 대사는 이러한 반갑지 않은 국면 전개에 대한 책임은 "전적으로 워싱턴(미국 정부)에 있으며" 서울(한국 정부)에도 그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한미에 그 책임을 돌린 것이다. 다만 그는 여기서 후자(한국 정부)의 책임은 덜하다고 인정했다고 타스 통신은 보도했다.
마체고라 대사는 또 "북한은 전쟁을 추구하지 않는다"면서도 "2024년이 한국에 평화로운 한 해가 될지, 아니면 군사 충돌이 있을지는 전적으로 미국인들에게 달려있다"고 말했다.
그 연장선 상에서 '우리는 적들이 건드리지 않는 이상 결코 일방적으로 전쟁을 결행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지난달 15일 최고인민회의 언급을 환기하기도 했다.
마체고라 대사는 "한반도 상황은 주로 미국인들의 모험주의(adventurist) 정책으로 인해 주요 우려 사항"이라며 미국의 예멘 후티 반군 폭격을 거론, "미국이 중동에서 하는 걸 볼 때 그들이 여기에서 비슷한 공격을 개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나"고 반문했다.
그는 공화당의 대선 후보인 니키 헤일리 전 유엔 대사가 이란 지도자들을 사살할 것을 촉구했었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기간 가셈 솔레이마니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이 제거된 것도 언급, "미국인들이 북한에 대해 비슷한 목표를 갖고 있지 않다고 어떻게 우리가 확신할 수 있겠나"라고 했다.
그는 미국이 극동에서 무모한 군사적 행위를 시작할지도 모르기 때문에 한반도 상황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고 타스 통신은 전했다.
다른 한편에서 마체고라 대사는 미국이 북한의 보복 타격 규모가 어떨지 알기 때문에 북한을 후티처럼 공격할 수 없는 면이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미국이 그런 조치(후티 타격과 같은 군사행동)를 취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있다면 적절한 보복 타격이 대응으로 뒤따를 것이라는 인식"이라며 "후티를 비롯한 중동의 다른 반미세력은 그런 역량이 전혀 없어 미국은 벌을 받지 않고 이를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체고라 대사는 남북한 통일과 관련해선 이뤄낼 시기가 지났다고 했다. 그는 "북한 지도자(김정은)는 2018∼2019년 남한과의 관계 정상화를 위해 전례 없는 조치를 취했고, 많은 사항에서 남한에 손을 뻗었다"며 "그러나 그가 보여준 선의는 적절한 반응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남북 간 경제 협력 관련 합의는 워싱턴(미국)이 반대하고 남한이 감히 이의를 제기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행되지 않았다"며 "이제 시간은 지나갔고 되돌릴 수 없다. 적어도 이것이 우리의 북한 친구들이 생각하는바"라고 덧붙였다.
마체고라 대사는 "러시아와 북한의 협력은 호혜적이며, 상호 이익을 수반한다"며 "그것이 우리 두 국가와 국민의 이익에 부합하고, 다른 국가를 겨눈 것이 아니며, 지역적으로뿐 아니라 더 큰 수준의 평화와 안보를 강화하는 데 기여한다는 것에 주목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북러간에 이뤄진 상호 합의의 현 수준은 전례가 없다"며 양국 정상들의 직접적 관여로 인해 지난 수년간 구축된 매우 긴밀한 상호 호혜적 협력이 계속 강화되고 있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북한 답방 문제와 관련, 마체고라 대사는 "현 단계에서 (방북을 위한) 합의는 방북 계기에 서명될 공동 문건에 대한 작업으로 귀결된다"며 "매우 훌륭한 패키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패키지에 포함된 문서 중 하나로, 현재 진행 중이고 서명 준비가 이뤄지고 있는 것은 (양국) 국민 간 상호 관광에 대한 합의"라며 "우리는 북한 방문을 계획하고 있는 러시아 관광객들에게 가장 편안한 조건을 조성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살펴볼 것"이라고 했다.
마체고라 대사는 푸틴 대통령의 구체적 방북 시점에 대한 논의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을 아꼈다.
마체고라 대사는 또 북한이 올해 상트페테르부르크 국제경제포럼(SPIEF)과 동방경제포럼(EEF)에 정식으로 참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표단 급과 구체적 참석자에 대해선 아직 말하기 이르다고 했다.
hrse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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