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미일 수출 비중 22.8%로 중국 비중 19.73%보다 많아
월별 최대 수출국 엎치락뒤치락…작년 12월엔 美, 1월엔 다시 中
"미중간 지정학적 단층선에 있는 한국, 역내 공급망 변동 최전방에 서"
(서울=연합뉴스) 차병섭 기자 = 미국·일본과 중국 간 디리스킹(위험 제거)으로 한국을 둘러싼 압박이 심화하는 가운데, 지난해 한국의 대(對)미국·일본 수출액 합계가 17년 만에 다시 대중국 수출액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한국무역협회 통계 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과 일본으로의 수출액은 각각 1천157억 달러, 290억 달러로 전체 한국 수출액에서 18.29%와 4.58% 비중을 차지했다.
수출액에서 미국과 일본의 비중 합계는 약 22.8%로, 지난해 1천428억 달러로 19.73%를 기록한 중국을 앞질렀다.
이는 지난해 대미국 수출이 전년 대비 5.4% 늘어나 사상 최대 흑자가 난 반면, 대중국 수출은 19.9% 줄어들며 1992년 수교 이후 처음으로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한 데 따른 것이다. 일본으로의 수출은 5.2% 줄었지만 중국보다는 감소율이 낮았다.
미국은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한국의 최대 수출국이었지만,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이후 중국의 고속 성장과 한중 교역 확대 속에 2003년 중국에 1위 자리를 내준 바 있다.
이후에도 2006년까지는 미국·일본으로의 수출액 비중(21.42%)이 중국(21.34%)을 앞섰지만, 2007년에는 미일 수출액 비중(19.41%)이 중국(22.06%)에 따라잡혔다.
2018년에는 대중국 수출액 비중(26.80%)이 미일 비중 합계(17.06%)를 10%포인트 가까이 앞서기도 했는데, 최근 몇 년 사이 무역 판도가 급변한 것이다.
미국이 지난해부터 중국과 디커플링(공급망과 산업망에서의 특정국 배제) 대신 디리스킹을 추구한다며 갈등 수위 조절에 나선 가운데, 싱크탱크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의 여한구 선임위원은 최근 이러한 무역 통계를 바탕으로 한 보고서에서 한국의 디리스킹 여부에 주목했다.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을 지낸 여 선임위원은 "서방이 중국과의 무역·공급망에서 디리스킹을 추진하면서, 역사적으로 미중간 지정학적 단층선에 놓여있는 한국이 역내 공급망 변동의 최전방에 서게 됐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러한 무역 패턴이 디리스킹으로 가는 구조적 변화를 반영하는지 혹은 단기적인 상황인지 판단하기는 시기상조라면서도, 미중 경제의 상대적 성과뿐만 아니라 구조적 변화도 영향을 끼쳤다고 봤다.
코로나19 이전부터 중국이 산업 자립을 추진해왔고, 중국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보복'이나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시행에 따른 한국의 대응도 영향을 줬다는 것이다.
한편, 지난해 12월에는 월간 기준으로 대미국 수출이 2003년 6월 이후 20년 만에 대중국 수출을 추월했다. 대미국 수출이 112억9천만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한 반면 대중국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2.9% 하락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지난달에는 대중국 수출이 107억 달러로 대미국 수출 102억 달러를 다시 앞섰다.
bsc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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