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일문화원서 상영회…日감독 "심수관 가문이 이어온 전통 전해지길"
(도쿄=연합뉴스) 박상현 특파원 = "15대 심수관이 등에 지고 있고 갖고 있지만 가려져 있어서 좀처럼 보이지 않는 역사와 전통을 그리고자 했습니다. 심수관이 어떤 전통을 잇고 있는지 사람들에게 전달되면 좋겠습니다."
조선 도공의 후예인 심수관(沈壽官) 가문에 초점을 맞춘 다큐멘터리를 만든 마쓰쿠라 다이카(松倉大夏) 감독은 7일 일본 도쿄 신주쿠구 주일한국문화원에서 열린 상영회에서 이같이 설명했다.
마쓰쿠라 감독은 "이 작품은 어디까지나 역사 다큐멘터리"라면서 "어떻게 하면 리얼리티를 갖고 심수관 가를 표현할 수 있을지 고심하면서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날 선보인 다큐멘터리 '다완(茶碗) 가문 이야기 - 400년의 나그네'는 일본 규슈 남부 가고시마현에서 대를 이어 도자기를 빚는 15대 심수관(본명 오사코 가즈테루)을 다뤘다.
심수관 가는 임진왜란이 끝난 1598년 일본으로 끌려간 도공 심당길과 그 후손들이 일군 가문이다.
이들은 대대로 '심수관'이라는 이름을 사용하며 사쓰마야키(薩摩燒)를 만들었고, 지금은 한국과 일본 문화 교류의 상징으로 평가되고 있다. '사쓰마'는 가고시마의 옛 지명이다.
다큐멘터리는 2005년부터 심수관과 교류한 재일교포 영화 제작자 이봉우 스모모 대표가 기획했다. 그는 일본에서 한국 영화 '쉬리', '살인의 추억' 등을 배급해 한류가 유행하는 데 일조한 인물이다.
이 대표는 15대 심수관을 향해 "주인공이라고 하면 부끄러워한다"면서도 "이 영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치켜세웠다.
15대 심수관은 작품에서 어린 시절 차별을 겪으며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했지만, 일본 역사 소설가인 시바 료타로가 선대 심수관을 소재로 쓴 '고향을 어이 잊으리까'가 자신을 구제했다고 말한다.
상영회 참석을 위해 가고시마현에서 도쿄에 잠시 상경한 15대 심수관은 "영화에 나온다는 느낌이 아니라 마쓰쿠라 감독과 평소처럼 대화를 나눈다는 기분으로 촬영에 임했다"며 "편한 마음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 작품에는 한국과 일본의 역사와 우정뿐만 아니라 제가 느낀 고독 같은 것들이 담겼다"며 "저와 이 대표, 마쓰쿠라 감독이 인생에서 경험한 여러 기분이 하나의 강이 돼 흐르는 작품"이라고 담담히 말했다.
다큐멘터리는 오는 5월 도쿄를 시작으로 일본 각지에서 상영될 예정이다.
이 대표는 한국 상영 계획과 관련해 한일 양국의 문화 차이를 고려해 내레이션 원고를 손본 뒤 소개하고 싶다고 설명했다.
이날 상영회에는 윤덕민 주일 한국대사, 나루히토 일왕 당숙인 고(故) 다카마도노미야 노리히토의 부인 히사코 여사가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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