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헝가리 '주권 보호법' 제동…법적 절차 착수

입력 2024-02-07 23:16  

EU, 헝가리 '주권 보호법' 제동…법적 절차 착수
"EU 시민 선거권 보장 위반"…오르반 정권 반대 여론 탄압 우려



(브뤼셀=연합뉴스) 정빛나 특파원 = 유럽연합(EU)이 7일(현지시간) 헝가리가 서방 비판에도 채택을 강행한 이른바 '주권 보호법'에 대한 법적 절차에 착수했다.
아니타 히퍼 EU 집행위원회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오늘 헝가리에 EU법 준수 여부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는 공식 통지서를 보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EU의 공식 제재 절차인 법규위반심사절차(infringement procedure)에 착수했다는 의미다.
히퍼 대변인은 헝가리의 주권 보호법이 "민주주의 원칙과 EU 시민의 선거권을 보장한 EU법을 위반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개인 정보와 사생활 보호, 표현의 자유 등도 침해한다고 지적했다.
헝가리 여당이 발의해 지난해 연말 가결된 이 법은 선거운동 중 해외로부터 자금을 조달받을 경우 최고 3년의 징역형을 처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또 국가 주권을 훼손한 것으로 의심되는 개인 또는 조직에 대해 국가가 직접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고, 헝가리 정보당국에 도움받아 관련 정보를 수집·감시할 별도 정부조직을 설립하는 법적 근거가 됐다.
현지 언론과 시민단체들은 이 법이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의 정치적 신조에 반하는 이들을 부당하게 탄압하고 처벌하는 데 남용될 것이라며 강하게 반대한다.
미국도 "여당과 견해가 다른 이들을 위협하고 처벌하는 데 활용될 수 있는 수단"이라며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EU 집행위가 정식 제재 절차에 착수함에 따라 헝가리는 2개월 안에 집행위에 공식 답변서를 제출해야 한다.
집행위는 헝가리가 법 시행 철회를 거부면 유럽사법재판소 제소 절차를 밟게 되며, EU법 위반에 대한 벌금 등 경제적 제재가 가해질 수 있다.
로이터 통신 등 외신은 EU의 이날 조처가 우크라이나 지원안에 대해 헝가리가 막판 거부권을 철회한 지 며칠 만에 이뤄진 것에 주목했다.
오르반 총리는 EU 공동예산을 활용한 우크라이나 지원안에 계속 반대하다가 지난 1일 특별정상회의 당일 전격 찬성했다.
EU가 법치주의 결함 등을 이유로 이미 헝가리에 대한 EU 배정 기금을 상당수 동결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제재가 가해진다면 헝가리가 거세게 반발할 수 있다.
shin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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