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이은 친이란 민병대 폭격에 "미국이 불안정 요인"
(이스탄불=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미군과 친이란 민병대가 벌이는 무력 보복전의 현장이 된 이라크가 미군 철수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로이터, AFP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라크 총리실의 야히야 라술 대변인은 8일(현지시간) 낸 성명에서 미군이 주도하는 국제동맹군을 향해 "이라크의 불안정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이유로 이라크 정부가 동맹군의 임무 종료를 압박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제동맹군은 이슬람국가(IS) 격퇴를 명분으로 2014년부터 이라크에 주둔했다.
이라크 내에서는 최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예멘 후티 반군의 홍해상 선박 공격 등으로 촉발된 중동 위기 속에서 미군 철수 여론이 비등하고 있다.
특히 전달 27일 요르단 내 미군 기지가 드론 공격을 받아 미군 3명이 숨진 이후 미군이 카타이브 헤즈볼라를 포함한 친이란 연합조직 이라크 이슬람저항군(IRI)을 배후로 지목하고 보복 공습에 나서면서 이라크 내 우려 분위기는 더욱 커졌다.
미군은 지난 2일 이라크와 시리아에서 이란혁명수비대(IRGC) 쿠드스군과, 관련 민병대를 공습했다.
이어 7일 미군 중부사령부(CENTCOM)는 현지시간 오후 9시 30분께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친이란 민병대 카타이브 헤즈볼라 소속 지휘관과 대원들이 탑승한 차량을 무인기(드론)로 타격, 3명이 폭사했다.
이같은 미군의 공격에 이라크 정부가 '주권 침해'라고 항의하는 점으로 미뤄보면 미군은 이라크 정부와 사전 논의 또는 통보없이 작전을 수행했을 가능성이 있다.
자국 영토가 미·이스라엘과 친이란 진영 간 무력 대결의 장이 되자 푸아드 후세인 이라크 외무장관은 6일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통화에서 미군 등 국제연합군 철수를 위한 협상을 재개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라크는 정부와 의회에서 시아파 정파의 영향력이 큰 데다 지리적으로 인접한 이란의 지정학적 개입을 무시할 수 없다. 이란 혁명수비대와 밀접한 이라크 내 시아파 무장조직도 대중 동원력뿐 아니라 정규군 이상의 전투력을 보유했다.
이같은 정치적 역학 구도가 이라크 정부가 공개적으로 미군 철수를 촉구하는 배경이기도 하다.
2011년 이라크에서 전쟁을 끝내면서 현지 병력을 완전히 철수했던 미국은 3년 뒤인 2014년 극단주의 무장세력 IS가 이라크 내에서 세력을 확장하자 이라크 정부의 요청을 받고 다시 파병했다.
IS가 사실상 쇠퇴한 현재 이라크 내에는 미군 병력 약 2천500명이 주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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