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제품 누적 수입규제 27개국 208건…미국 가장 많은 55건
"미국의 대중 규제 강화 여파"
(서울=연합뉴스) 이슬기 기자 = 지난해 중국에 대한 미국의 통상·무역 규제가 강화한 가운데 중국산 철강제품의 한국 우회 여부를 조사하는 미국의 대(對)한국 수입 규제가 4건으로 집계됐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는 9일 '2023년 하반기 대한 수입규제 동향과 전망' 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혔다.
한국은 지난해 대미국 수출에서 445억달러의 흑자를 냈다. 이에 따라 미국은 중국을 제치고 21년 만에 한국의 최대 무역흑자국으로 올라섰다.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중국으로의 반도체 수출은 감소한 반면, 미국으로의 자동차 수출은 급증한 데 따른 것이다.
이와 관련, 한국무역협회는 지난달 30일 열린 '무역 현안 관련 언론 브리핑'에서 "미국은 경제안보 측면에서 중요한 파트너지만, 대미국 수출 급증이 미국의 견제 조치를 수반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현재 한국에 대한 수입규제 누적 건수는 미국이 가장 많다.
코트라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한국에 대해 수입규제 조치를 취한 나라는 27개국이며, 수입규제 건수는 지난해 상반기(201건)보다 7건 늘어난 총 208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미국의 대한국 수입규제는 55건으로 가장 많았다.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5건 증가했다.
미국은 지난해 7월과 10월 철강·금속 품목에 대해 중국산 제품이 한국을 우회해 수입됐는지 여부를 놓고 4건의 조사를 개시했다.
미국의 대한국 수입규제 55건을 유형별로 분석하면 반덤핑 41건, 상계관세 13건, 세이프가드 1건 등이다.
품목별로는 철강·금속이 43건으로 가장 많았다. 이어 플라스틱·고무(4건), 섬유·의류(3건), 화학(2건), 전기전자(2건), 기타(1건) 등 순이었다.
코트라는 전 세계적으로 공급망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탈탄소·친환경 정책 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경우 인프라 투자 및 고용법, 반도체법,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바이오 제조 이니셔티브 등이 대표적이다. 미국은 이를 통해 자국 중심의 공급망 구축을 가속화하고 있다.
또 미국은 고탄소 배출 생산을 규제하기 위해 유럽연합(EU)과 마찬가지로 '미국판 탄소국경조정제도'를 검토 중이다.
기후위기를 국가안보와 직결된 사안으로 확장 해석해 관세를 정당화할 예정이라고 코트라는 분석했다.
비철금속, 플라스틱, 복합자재, 유리, 광케이블, 목재 등 7개 품목과 관련한 미국산 조달 의무 제도도 시행하고 있다.
한편, 신규 수입규제 조사가 개시된 사례는 지난해 하반기에만 16건에 달했다.
코트라는 "신규 조사가 개시된 16건 중 미국(5건)을 제외한 11건이 모두 신흥국에서 시행됐다"며 "신흥국에서 자국 산업의 보호를 위해 수입규제 조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신규 조사 개시 및 기존 규제 건의 연장 조치를 증가시킨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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