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해리 왕자, 해킹해 기사 쓴 신문과 소송 4년 만에 합의

입력 2024-02-10 03:25  

英 해리 왕자, 해킹해 기사 쓴 신문과 소송 4년 만에 합의
MGN, 법률비용과 상당 금액 배상…"영 언론 변화 임무 계속"


(런던=연합뉴스) 최윤정 특파원 = 영국 해리 왕자가 자신의 휴대전화를 해킹해서 얻은 정보로 기사를 쓴 대중지와 합의하며 둘 사이의 법적 다툼이 4년 만에 일단락됐다.
로이터 통신과 BBC 방송 등에 따르면 법원은 9일(현지시간) 해리 왕자가 대중지인 데일리 미러 등을 거느린 미러그룹뉴스페이퍼(MGN)로부터 상당한 금액을 받기로 하고 나머지 소송을 취하했다고 밝혔다.
MGN은 또 해리 왕자의 법률 비용 40만파운드(6억7천만원)를 부담하기로 했다.
법원은 대표로 나선 해리 왕자 외에도 이번 소송에 동참한 원고 100여명의 일반적 법률 비용을 부담하라고 판결했다. 이 비용은 약 200만파운드(33억6천만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됐다.
해리 왕자의 MGN 상대 법적 절차는 2019년 10월 시작됐다.
그는 MGN이 1996∼2010년 송고한 기사 148건에 불법 수집한 정보가 담겼다며 소송을 냈다.
그는 지난해 6월 영국 고위 왕족으로선 130년 만에 처음으로 법정에서 증언했다.
이번 합의는 해리 왕자로선 대중지 대상 일련의 소송 중에 가장 큰 승리다.
법원은 작년 12월엔 MGN이 해리 왕자의 휴대전화를 2003∼2009년에 해킹했다고 판단하고 14만600파운드(2억5천만원)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은 해리 왕자 측이 재판부에 샘플로 제출한 기사 33건 중 15건이 전화 해킹과 다른 불법 정보 수집의 결과물이었다고 판단했다.
MGN은 이번 합의로 나머지 115개 기사에 관한 재판을 피하게 됐다.
MGN은 합의에 이르러 기쁘며, 과거 잘못에 주저 없이 사과하고 모든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해리 왕자 측 변호인은 영국 타블로이드 언론의 변화를 위해 시작한 일이며, 끝까지 임무를 계속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전 데일리 미러 편집자인 피어스 모건을 겨냥했다.
해리 왕자 측은 "법원이 누구도 법 위에 있을 수 없음을 보여줄 것을 촉구한다"며 "해킹 당시 상황을 잘 알고 있던 모건이 해당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동안 모건은 해킹에 관해 아는 바가 없다고 부인해 왔다.
모건은 해리 왕자와 부인 메건 마클이 영국 군주제를 망칠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이들 부부와는 매우 적대적인 관계다.
해리 왕자는 MGN 외에도 언론 재벌 루퍼트 머독 소유로, 더 타임스와 대중지 더 선 등을 소유한 '뉴스 그룹 뉴스페이퍼스'(NGN)와 데일리 메일 등을 보유한 '어소시에이티드 뉴스페이퍼스'(ANL) 등에도 소송을 제기했다.
해리 왕자는 이날 법원에 모습을 비치지 않았다.
그는 아버지 찰스 3세의 암 진단 소식에 영국으로 와서 6일 45분간 문병한 뒤 다음 날 바로 미국으로 돌아갔다. 이후 8일엔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된 미국프로풋볼(NFL) 시상식에 깜짝 모습을 드러냈다.
merciel@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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