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최루탄·진압봉 사용하며 시위대 강제해산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파키스탄 총선이 종료되고 선거관리위원회가 최종 개표 결과를 발표했지만 투옥 중인 임란 칸 전 총리의 지지자들은 선거 결과가 조작됐다며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12일(현지시간)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칸 전 총리의 지지자들은 전날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에 있는 선관위 본부 앞에서 투표 조작을 주장하며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파키스탄 정부가 군부의 지원을 받는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의 파키스탄무슬림연맹-나와즈(PML-N)를 지원하기 위해 선거 당일 인터넷을 차단하고 개표도 더디게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선거 조작이 없었다면 칸 전 총리가 이끄는 파키스탄정의운동(PTI) 출신 후보들이 더 많이 당선됐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시위가 이어지자 경찰은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발사하며 이들을 강제 해산시켰다.
시위는 이슬라마바드를 포함해 전국 주요 도시에서 벌어졌다.
이슬라마바드 인근 라왈핀디에서는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최루탄을 발사했고, 동부 라호르에서는 경찰이 방패와 진압봉을 사용해 시위대를 해산했다. 남부 카라치에서는 경찰이 시위 해산 명령을 따르지 않는 일부 사람들을 붙잡아 연행하기도 했다.
이슬라마바드 경찰은 성명을 통해 "일부 개인이 선관위와 기타 관공서 주변에서 불법 집회를 선동하고 있다"며 "불법 집회에 대해서는 법적 조치가 취해질 것이며 집회를 권유하는 것도 범죄라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고하르 알리 칸 PTI 의장은 "파키스탄 전역에서 선거가 교묘한 방식으로 조작됐다"며 지지자들을 향해 "평화로운 방식으로 항의하자"고 시위를 촉구하고 있다.
크리켓 스타 출신의 칸 전 총리는 2018년 총선에 승리하며 집권했지만, 군부와 갈등을 빚다 2022년 의회 불신임으로 총리직에서 물러났다. 그는 이번 총선을 앞두고 군부를 맹비난하며 반정부 집회를 열다 피격되기도 했다.
지난해 8월에는 부패 혐의 등으로 수감되면서 이번 총선에 출마도 할 수 없게 됐다. PTI는 정당 상징 사용을 금지당했고, 이에 따라 PTI 후보들은 모두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이번 총선에서 PTI 출신 후보 101명이 당선되며 가장 많은 의석을 확보했다.
이에 PTI 측은 당선자들이 모두 무소속이어서 정부를 구성할 수 없음에도 "국민들이 칸 전 총리를 선택한 것"이라며 자신들 주도로 정부를 구성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75석에 그친 PML-N의 샤리프 전 총리는 자신들이 가장 많은 의석을 확보한 정당이라며 PML-N 중심으로 정부 구성에 나서겠다고 나서고 있어 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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