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반대하자 미국방송 연쇄 인터뷰로 여론전
미국 계속된 만류에도 '민간인 재앙 우려' 라파 타격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11일(현지시간) 미국 언론에 출연해 이스라엘의 라파 공격에 대한 지지를 직접 호소하면서 '바이든 패싱' 논란이 다시 불거졌다.
앞서 조 바이든 미 행정부가 라파 내 군사작전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는데도 현지 매체를 통해 미 국민에게 지지를 촉구하면서 바이든 정부와의 그간 갈등이 더 고조됐다는 평가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미 ABC 방송과 폭스뉴스에 잇따라 출연해 "최후의 보루인 라파에 남아 있는 하마스 테러 부대를 소탕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그는 라파에 군대를 보내지 말라는 미 정부 측 요구는 곧 하마스의 승리를 의미한다며 라파에 이스라엘군이 진입하는 건 이스라엘 국민 모두의 염원이라고 주장했다.
이들 인터뷰 방송 이튿날인 12일 이스라엘군은 라파를 공격했고 지금까지 수십 명이 사망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같은 행보를 두고 네타냐후 총리가 미국 내 표심을 움직여 바이든 대통령을 관리하려는 모험수를 두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네타냐후 총리가 선거가 열리는 격정적인 해에 바이든 대통령과의 균열을 확대하는 데 판돈을 키우면서 두 차례 TV 인터뷰를 통해 미국 유권자들에게 직접 자신의 메시지를 전했다"고 지적했다.
일방주의로 비치는 이스라엘의 행보는 미국이 라파 내 군사작전에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가운데 발생했다.
이집트와 맞닿은 라파는 국제사회가 가자지구에 구호물자를 지원하는 주요 관문이자 전쟁을 피해 남부로 내려온 팔레스타인 민간인이 몰려있는 곳이다.
가자지구 인구 230만 명 가운데 절반 이상인 140만명가량이 이곳에 피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앞서 지난주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스라엘 측 행보와 관련해 "도를 넘었다"고 지적했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도 라파 공격은 "민간인에게 참사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네타냐후 총리와의 통화에서도 주민 대피가 확실히 담보되기 이전에 라파 지역을 겨냥한 군사작전을 진행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네타냐후 총리는 대규모 공세에 나섰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작년 10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으로 전쟁이 발발한 뒤 점점 큰 파열음을 내고 있다.
이스라엘은 민간인 보호에 대한 미국의 당부에 걸맞지 않은 대규모 사상자를 내고 있다.
주미 이스라엘 대사를 지낸 마이클 오렌은 미국과 이스라엘이 전쟁 수행 방식을 두고 "완전히 대치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스라엘과 미국의 알력은 전투뿐만이 아니다.
미국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새로 독립국을 인정하고 평화롭게 공존하는 '두 국가 체제'를 전후 계획의 근간으로 삼고 있다.
이를 위해 미국은 가자지구 재점령을 용인하지 않겠다고 밝힌다.
그러나 네타냐후 정권은 자국 안보를 위해 가자지구를 무기한 통제하겠다는, 사실상 재점령에 가까운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han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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