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 위해 플로리다로 가져와…마두로 정부, 강력 반발
(멕시코시티=연합뉴스) 이재림 특파원 = 대표적인 반미 국가 중 한 곳인 베네수엘라와 미국 정부가 최근 관계개선 조짐을 보여온 가운데, 미국 법무부가 12일(현지시간) 제재 대상인 이란과 베네수엘라 기업체 관련 항공기를 전격 압류했다.
미 법무부는 이날 홈페이지 보도자료에서 "미정부 제재를 받는 이란 항공사가 베네수엘라 기업에 판매한 보잉 747 화물기가 플로리다에 도착했다"며 해당 항공기를 폐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제처분 대상은 베네수엘라 국영 화물기업 '엠트라수르' 소유 보잉 747-300M 화물기다.
이 항공기는 이란 마한항공 소유였는데, 2021년에 베네수엘라 국영 항공사 '콘비아사' 자회사인 엠트라수르로 넘어갔다.
이란 마한항공과 베네수엘라 콘비아사는 모두 미국 정부 제재 명단에 올라 있다.
미 법무부는 미국에서 제작된 이 항공기의 소유권을 이란에서 베네수엘라로 넘긴 행위에 대해 "우리 정부 승인 없이 이뤄진 매각으로, 명백한 수출통제법 위반"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 항공기가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킨 건 2022년 6월이다.
당시 베네수엘라인 14명 및 이란인 5명과 화물을 실은 채 부에노스아이레스 에세이사 국제공항에 도착한 엠트라수르 화물기에 대해 아르헨티나 당국은 "화물기에 이례적으로 많은 승무원이 탑승했다"는 점을 비롯해 수상한 정황을 포착하고, 공항에 승무원과 화물을 한때 억류했다.
매슈 올슨 법무부 국가안보 차관보는 "이번 미국산 항공기는 테러 조직으로 지정된 이슬람혁명수비대에 직접적인 혜택을 준 거래를 통해 이전된 것"이라며 "적대적 행위자들이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악의적 활동에 관여하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부는 압류 조처를 '뻔뻔스러운 절도 범죄'라고 주장하며 미국과 아르헨티나 정부를 강하게 성토했다.
베네수엘라 외교부는 이날 성명을 내 "미국과 아르헨티나 정부 공모로 우리 기업의 정당한 권리가 침해됐다"며, "이번 공격에 강력하고 직접적이며 비례적인 대응을 위해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조사를 요청하는 등 외교적 방편 또는 국제법 틀 안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미국과 베네수엘라는 그동안 마두로 정부의 노골적인 반미 행보와 미국의 마두로 정부 제재로 관계가 경색되다가 작년에 양국이 베네수엘라의 자유로운 대선 실시 및 석유 수출 관련 일부 제재 해제 등에 합의하면서 관계 조짐을 보여왔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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