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감독청, 유권자 오등록·인터넷 접속 불가 등 지적
(자카르타=연합뉴스) 박의래 특파원 = 인도네시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후보들은 지난 11일부터 공식 선거운동을 멈춘 채 침묵의 시간에 들어갔지만, 대학생과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불공정 선거에 대한 규탄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자카르타 포스 등에 따르면 전날 욕야카르타의 국립 가자마다대학(UGM) 앞에서는 수천 명의 대학생과 시민단체 회원들이 모여 이번 선거에 대한 조코 위도도 대통령의 선거 개입과 중립 의무 위반을 규탄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다.
가자마다 대학은 조코위 대통령의 모교이자 1998년 인도네시아를 32년간 철권 통치하던 수하르토 대통령의 퇴진과 민주화를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진 인도네시아 민주주의 성지로 꼽히는 곳이다.
이들은 조코위 대통령이 장남인 기브란 라카부밍 라카를 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선거법을 개정하고, 자신이 지지하는 프라보워 수비안토 후보의 당선을 위해 노골적으로 선거에 개입하고 있다며 "조코위 대통령의 부정행위는 조직적이고 대규모로 자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시위는 전날 수도 자카르타를 비롯해 자바섬 주요 도시에서 열렸다. 이들은 대선 하루 전인 13일에도 주요 지역에서 시위를 벌이겠다고 예고한 상황이다.
이번 선거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현상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빠르게 퍼지고 있다. 특히 지난 11일 유튜브에 공개된 다큐멘터리 '더티 보트'(Dirty Vote·더러운 선거)는 공개된 지 48시간도 안 돼 약 700만건에 이르는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2시간 분량의 이 영상은 인도네시아 탐사 저널리스트이자 영화 제작자인 단디 드위 락소노가 제작과 감독을 맡은 것으로 여러 법률가가 등장해 조코위 대통령과 그가 지지하는 후보 프라보워·기브란의 불법적인 선거 운동 등을 고발하는 내용이다.
이런 가운데 인도네시아 선거감독국(Bawaslu)은 투표 당일 수십만개의 투표소에서 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선거감독국은 사망자나 인도네시아 선거법상 투표권이 없는 군인과 경찰이 유권자로 등록된 투표소가 12만5천곳이 넘으며 3만6천개의 투표소에서 인터넷 접속이 안 돼 선거 결과가 전자 방식으로 집계될 경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2만2천개의 투표소가 대선 주자 3명의 사무소 인근에 있어 조직적인 협박이나 간섭을 받을 수 있고, 1만개의 투표소가 홍수나 산사태, 지진 등 자연재해가 발생하기 쉬운 지역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선거관리위원회(KPU)는 유권자 오등록 문제를 해결했으며 인터넷 접속이 안 되는 곳은 오프라인 개표 방식을 사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도네시아는 14일 대선과 총선, 지방의회 선거를 하루에 치른다. 유권자만 2억500만명에 이르지만 재외국민 투표를 제외하면 사전투표 없이 14일 하루 6시간만 투표가 진행되기 때문에 세계 최대 규모의 단일 선거로 불린다. 이 때문에 인도네시아 정부는 선거 당일 전국에서 82만여개 투표소를 운영하고, 투표관리원 570만명을 투입할 예정이다.
laecor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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