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정부, "'개표 지연' 잘못 없고 공평한 기회 제공" 주장
'군부지원' 세력, 연립정부 협상 난항…"나와즈, 4번째 총리직 희망"
(뉴델리=연합뉴스) 유창엽 특파원 = 미국이 파키스탄에서 총선 후 '투표 조작' 관련 항의 시위가 이어지는 상황에 대해 현지 당국에 집회의 자유를 존중하라고 촉구했다.
13일(현지시간) AFP통신 등에 따르면 매튜 밀러 미 국무부 대변인은 전날 워싱턴 DC에서 파키스탄 당국의 시위 진압과 관련한 취재진 질문에 "우리는 전세계 어느 곳에서건 집회의 자유가 보장되기를 원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미국 측의 이런 주문은 지난 8일 파키스탄 총선 후 선거관리위원회가 개표 결과를 발표했지만 투옥 중인 임란 칸 전 총리의 지지자들이 투표 결과가 조작됐다며 11일 수도 이슬라마바드 등 전국 주요 도시에서 항의 시위를 벌이는 가운데 나왔다.
이들은 당국이 군부 지원을 받는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의 정당 파키스탄무슬림연맹-나와즈(PML-N)를 밀기 위해 선거 당일 인터넷을 차단하고 개표도 더디게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투표 결과 조작이 없었다면 칸 전 총리가 이끄는 파키스탄정의운동(PTI) 출신 후보들이 더 많은 의석을 차지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들 시위대는 최루탄 등을 동원한 경찰 진압으로 강제 해산됐다.
밀러 대변인은 투표 결과 조작 주장에 대한 파키스탄 당국의 조사도 거듭 촉구했다.
그러면서 "궁극적으로 우리는 민주적 (선거) 절차를 존중하고 (파키스탄 차기) 정부가 구성되면 협력할 준비가 돼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약 20년간 탈레반 측과 전쟁을 벌이면서 인접국 파키스탄의 병참 지원을 받았다.
하지만 많은 미국 관리는 2021년 8월 서방측 지원을 받은 아프간 정부가 탈레반에 의해 무너진 데에는 탈레반에 대한 파키스탄의 암묵적 지원이 일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총선을 관리해온 파키스탄 과도정부의 안와르울하크 카카르 총리는 전날 이슬라마바드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표 지연과 관련해 잘못이 없다고 주장했다.
카카르 총리는 당국이 무장 괴한들의 공격에 맞선 가운데 6천만여표를 개표하는 데 36시간이 걸렸다며 이는 직전 2018년 총선 때의 66시간에 비해 훨씬 짧다고 말했다.
카카르 총리는 지난 8일 총선과 관련해 투표에 참가한 모든 정당에 "평편한 운동장"이 제공됐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당국이 PML-N을 지원했다는 PTI와 일부 정당의 주장을 반박한 것으로 풀이된다.
와중에 정당 간 연립정부 구성 협상이 이어지고 있으나 아직 합의에는 이르지 못한 상태다.
연방하원 75석을 확보해 정당 중 가장 많은 의석을 차지한 PML-N은 54석을 얻은 파키스탄인민당(PPP)과 총선 후 나흘간 연립정부 구성 협상을 벌였지만 누가 총리를 맡을지에 대해 결정하지 못했다고 현지 언론이 전했다.
총리 후보로는 이미 3차례 총리를 지낸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와 그의 동생 셰바즈 샤리프 전 총리, 외교장관을 지낸 빌라왈 부토 자르다리 PPP 총재가 떠올랐다.
셰바즈 샤리프는 2022년 4월 칸 당시 총리가 의회 불신임으로 물러난 뒤 총리를 맡았다가 작년 8월 연방하원 해산으로 물러났다. 자르다리 총재는 셰바즈 샤리프 총리 정부 시절 외교장관을 지냈다.
PTI 지지자들은 수감된 칸 전 총리가 총리로 복귀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현 제도상에서는 불가능한 것으로 전해졌다.
PML-N은 협상에서 총리직을 꿰차기 위해 대통령과 연방하원 및 상원 의장 자리를 PPP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나와즈 샤리프 전 총리는 여전히 총리직을 노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yct94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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