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보고서·유세발언 통해 드러나…양측, 공세소재로 적극 활용
수정·보완 어려운 문제들…대선, 정책대결 실종된 난타전 예고
(워싱턴=연합뉴스) 조준형 특파원=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서 재대결이 유력한 전·현직 대통령이 레이스 초반부터 자신의 중대한 약점을 그대로 노출하면서 치열한 공방을 이어가고 있다.
민주·공화 양당이 사실상 대선 후보를 조기에 확정하면서 역대 최장 기간 대선 본선 경쟁이 시작된 가운데 이번 대선은 정책대결이 실종된 가운데 네거티브 난타전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진흙탕 싸움이 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기밀 유출 의혹과 관련한 특검 조사 결과 발표를 통해 예기치 않게 고령에 따른 인지력 문제가 재부상했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관련 '폭탄 발언'으로 예측불가성과 충동성이라는 자질 문제를 재노출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기밀문건 유출 의혹을 조사한 로버트 허 특검은 지난 8일(현지시간) 조사 결과를 공개하면서 기소할 사안이 아니라는 판단을 밝히면서 그 이유로 배심원단이 바이든을 "악의는 없지만 기억력이 나쁜 노인"으로 인식해 유죄를 선고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제시했다.
특검은 보고서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의 부통령 재직 연도를 기억하지 못했고, 장남 보 바이든이 몇 년도에 죽었는지도 떠올리지 못했다고 적시했다.
공개석상에서 각국 정상 이름 등을 혼동하며 그렇지 않아도 고령(81세)에 따른 기억력 문제가 최대 리스크로 부상한 상황에서 특검 보고서에 관련 내용이 적시되자 바이든 재선 캠프는 비상이 걸렸다.
반면 야당은 특검 보고서를 소재 삼아 바이든 대통령의 고령과 인지능력 관련 공세의 날을 한층 더 벼릴 태세다.
하원 공화당 의원들은 향후 수개월간 바이든 대통령의 정신 상태 문제가 스포트라이트를 받도록 한다는 전략을 세웠다고 미국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가 13일 보도했다.
공화당 의원들은 특검 수사 관련 자료와 녹음 기록에 대한 제출 요청까지 검토하고 있다.
이미 공화당이 다수당인 하원의 일부 위원회는 지난 12일 메릭 갈런드 법무장관 앞으로 서한을 보내 특검의 바이든 대통령 인터뷰 문답록과 녹음 파일을 요구했다.
더 나아가 로버트 허 특검을 출석시켜 바이든 대통령의 정신적 영민함에 대해 느낀 바를 증언하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특검이 직접 증언하게 함으로써 보고서에 적시된 바이든 대통령의 기억력 문제를 최대 출력으로 증폭시키려는 것이 하원 공화당 의원들의 전략인 것으로 보인다.가만히 있기만 해도 경쟁자의 표가 떨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상황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을 넘나드는' 발언으로 이목을 집중시키려는 충동을 자제하지 못해 자기 발등을 찍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0일 유세에서 러시아가 공격하면 나토 동맹들이 자국 안보를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GDP(국내총생산) 2%를 방위비로 부담하지 않는 동맹국에 "나는 당신네를 보호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러시아)이 원하는 것을 내키는 대로 모조리 하라고 격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나토 회원국들의 국방비 증액을 요구하며 미국의 나토 탈퇴까지 시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하지만 주권국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일로 전세계의 지탄 대상이 된 러시아를 격려해서 다른 나토 회원국을 치도록 고무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한 것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다는 지적이 많다.
단순히 고립주의로의 회귀 수준을 넘어, 침략행위를 조장하려 한다는 지적의 소지가 있었던 이번 발언은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충동성'이 갖는 리스크를 보여준 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문법'을 적극 포용하는 일부 극렬 지지층은 수용할 수 있을지 몰라도 전통 공화당 외교노선을 지지하는 층이나 중도층 표심을 얻는 데는 불리하게 작용할 소지가 있는 발언이었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당장 바이든 대통령은 11일 발표한 성명을 통해 트럼프 전 대통령 발언이 "끔찍하고 위험하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특히 "슬프게도 이런 발언은 백악관 대통령 직무실로 돌아가는 첫날 자신이 찬양하는 독재자들처럼 독재하겠다고 공약한 남자에게서 예측할 수 있는 발언"이라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민주주의 소양 결여 문제를 부각할 소재로 활용하려는 태세를 보였다.
고령에 따른 인지력과 충동성 문제는 정책 관련 사안과 달리 궤도 수정이나 보완이 어렵고, 단지 덜 부각되도록 관리하는 수밖에 없는 사안이라는 지적이 많다.
또 두 전현직 대통령의 개인적인 문제들이 대선 공방의 주무대를 장악하면 대선이 건설적인 정책 대결보다는 네거티브 공방 중심으로 흐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그럴 경우 불법 이민자 유입 문제, 우크라이나 추가 군사지원 문제 등 중요한 정책 현안들은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는 점도 미국 사회에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어 보인다.
jh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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