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크림대교 공격 관련 게시물로 '테러 정당화' 혐의
(서울=연합뉴스) 유한주 기자 = 러시아의 한 저명한 사회학자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비판했다가 5년 동안 투옥될 처지에 놓였다.
AFP 통신 등에 따르면 13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항소심 법원은 반전주의, 마르크스주의 성향의 사회학자 보리스 카가를리츠키(66)에게 '테러 정당화'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카가를리츠키는 지난해 7월 소셜미디어(SNS)에 우크라이나가 2022년 크림대교를 공격한 것과 관련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다"는 글을 남긴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1심 판결에서는 60만 루블(약 876만 원) 벌금형을 선고받았으나 결국 더 무거운 처벌을 받게 됐다.
카가를리츠키의 변호인은 그가 해당 게시물이 불법으로 간주될 줄 몰랐다며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2022년 2월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반대 의견 탄압을 강화하고 있다.
앞서 정부 비판 세력 등을 억압하는 데 동원되는 법적 지위인 '외국 대리인'(foreign agents)에 대한 규제를 확대하는 새로운 법안을 승인한 게 대표적이다.
러시아에서 외국 대리인은 곧 간첩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러시아는 다른 나라의 이익을 대변하면서 외국의 자금 지원을 받는 것으로 보는 인물이나 단체를 외국 대리인으로 지정하고 있다.
카가를리츠키는 2022년 이미 외국 대리인으로 지정됐다.
1958년 모스크바에서 태어난 카가를리츠키는 좌파 정치와 러시아 사회에 대한 많은 저술을 남겼다.
소련 레오니트 브레즈네프 집권 시기에 반체제 활동을 하다가 '피의 숙청' 본거지로 악명높은 레포르토보 감옥에서 1년간 복역했고, 2007년에는 좌파 싱크탱크인 '세계와 연구와 사회운동 연구소'를 설립했다.
한때 자유주의 사상의 보루로 여겨지던 러시아 명문 모스크바 고등경제대학에서 강의하기도 했다.
hanj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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