省급 정부 절반 이상 공공예산 수입 예상치 경감…판공비·임금 삭감도
(베이징=연합뉴스) 정성조 특파원 = 두 해 연속 재정 수지 증가 목표 달성에 실패한 중국 지방정부들이 올해 목표치를 잇달아 하향 조정하면서 '긴축 모드'에 들어갔다.
14일 싱가포르 연합조보에 따르면 최근 정부 공작보고(업무보고)를 한 중국 31개 성(省)급 지방정부 가운데 19곳이 올해 일반 공공예산 수입 증가 예상치를 작년보다 낮췄다.
작년 일반 공공예산 수입이 26.3% 늘었던 지린성은 올해 증가율 목표를 10%로 잡았고, 작년 16% 증가세를 보인 충칭시는 올해 목표를 6%로 낮췄다. 작년 한 해 10.3%의 일반 공공예산 수입 증가를 기록한 윈난성은 올해는 3%만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웨카이증권은 보고서에서 작년 하이난성·산시(山西)성·헤이룽장성·광둥성·허베이성을 제외한 26개 성급 지방정부가 일반 공공예산 수입 목표를 달성했다고 전했다. 한 해 전인 2022년 대규모 부가가치세 환급으로 재정 수입 증가 폭이 줄어든 '기저효과'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공업 이윤이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장쑤성·저장성 등 중국 경제를 이끄는 지역을 중심으로 기업소득세(법인세) 수입이 덩달아 줄었고, 대종상품(곡물·석탄·원유처럼 개별 포장을 하지 않는 상품)의 가격 하락으로 산시(陝西)성·산시(山西)성 등의 자원세 수입도 함께 떨어졌다.
부동산 시장이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상당수의 지방정부가 토지 부가가치세나 취득세 등 재정 수입 감소에 직면하기도 했다.
뤄즈헝 웨카이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많게는 24개 지방정부의 일반 공공예산 수입 예상치가 해당 지역 경제성장률 목표치와 동률이거나 약간 낮다"며 "지방정부들이 올해 구조적 감세와 행정 비용 절감, 미래 불확실성의 영향 등을 고려한 것으로, 올해 지방정부들의 일반 공공예산 수입 증가율은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이달 1일 중국 재정부는 작년 전국의 일반 공공예산 수입이 6.4%, 지출은 5.4% 늘었다고 발표했다. 이는 작년 3월 설정한 수입 증가 목표치 6.7%와 지출 증가 목표치 5.6%를 모두 밑돈 것이다.
연합조보는 "두 해 연속으로 수입·지출 증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 것은 경제의 활력이 많지 않음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작년 12월 전국재정공작회의가 올해 재정 관리 개혁 목표로 제시한 "엄격한 절약을 시행하고, 긴축의 시기를 보낸다는 생각과 제도를 완비한다"를 올해 정부 공작보고에 그대로 넣은 지방정부도 많다.
랴오닝성·저장성·신장자치구(위구르)·시짱자치구(티베트) 등 4곳은 "긴축의 시기를 보낸다"는 표현을 올해 업무 계획에 추가했다.
중국 제1의 경제 규모를 자랑하는 광둥성은 작년 성 직속 부문의 운영 지출을 10% 줄인 데 이어 올해는 "귀한 재정을 긴요한 곳과 민생에 쓰자"며 3대 공무 지출(국외출장·관용차·접대비)과 정부의 서비스 구매 지출을 5%, 박람회·포럼 지출은 절반 아래로 경감하기로 했다.
탕런우 베이징사범대 정부관리연구원장은 지방정부들이 긴축에 들어간 이유에 대해 "불경기가 야기한 재정 수입 감소 외에도 앞서 코로나19 방역으로 인한 초과 지출을 상환해야 하고, 과거 몇 년 동안 인프라 프로젝트를 위해 진행한 융자도 원리금을 갚을 때가 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탕 원장은 "지금 많은 지방정부 재정 상황은 지속이 어려워졌다"며 "'긴축의 시기를 보낸다'는 이념·구호만이 아니라 행동에 옮겨야 할 절박한 임무"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방정부 가운데는 일부 공무원의 임금을 삭감하거나 성과급 지급을 중단한 곳도 나왔고, 대학의 연구 프로젝트 상당수도 정부 자금 지원이 줄거나 연기됐다며 "정부가 주의해야 할 것은 기본 민생을 보장하는 지출은 줄여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사회 안정에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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