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황청 이스라엘 대사관, 성명 내고 "개탄스러워"
(바티칸=연합뉴스) 신창용 특파원 = 교황청 이인자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의 불균형적인 군사적 대응으로 대학살이 벌어지고 있다고 발언하자 이스라엘 측이 발끈했다.
주교황청 이스라엘 대사관은 14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개탄스러운 발언"이라며 "관련된 모든 상황과 데이터를 고려하지 않고 전쟁의 정당성을 판단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잘못된 결론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이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병원과 학교를 방패막이로 삼고 있으며 가자지구 민간인 대부분이 하마스를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팔레스타인 영토의 죽음과 파괴에 대한 모든 책임은 하마스에 있다고 했다.
이스라엘 대사관이 전날 교황청 국무원장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의 발언에 대해 항의성 성명을 낸 것이다.
파롤린 추기경은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공격으로 인한) 이스라엘의 방어권 행사는 비례적이어야 한다"며 "가자지구에서 3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것은 확실히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 모두 이 대학살에 분노하고 있지만 희망을 잃지 않고 앞으로 나아갈 용기를 가져야 한다"며 "가자지구 문제, 팔레스타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남부 침공으로 최소 1천200명의 이스라엘인이 사망하고 250여명이 인질로 잡혔다. 이스라엘은 대대적인 보복에 나섰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지금까지 이스라엘군의 공격으로 최소 2만8천576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사망했다고 전날 밝혔다.
교황청 기관지 '로세르바토레 로마노'는 전날 사설을 통해 파롤린 추기경의 발언에 힘을 실어줬다.
이 매체는 "누구도 가자지구에서 일어나는 일을 테러와의 전쟁에 따른 '부수적인 피해'라고 정의할 수 없다"며 "이스라엘의 방어권 행사는 이 학살을 정당화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교황청 국무원은 이른바 교황의 비서실로, 교황의 직무 수행을 보좌하는 기구다. 교황청 관료 조직의 심장부로 자주 묘사된다.
그 자리를 책임진 국무원장은 교황에 이어 교황청의 권력 서열 '이인자'로 통한다. 교황이 선종하거나 스스로 물러날 경우 유력한 차기 교황 후보 1순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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